건축사진을 온전한 장르로 만든 30년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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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국 건축 판에서는 건축물보다 30여년간 건축물을 찍어온 한 사진가의 작업이 화제다.
잡지 <건축과 환경> 사진기자 출신으로 1994년 프리랜서로 독립한 뒤 이타미 준(유동룡), 민현식, 조민석, 문훈, 김찬중 등 숱한 한국 건축가들의 작품을 찍어온 김용관(55) 작가가 바로 그다. 건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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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국 건축 판에서는 건축물보다 30여년간 건축물을 찍어온 한 사진가의 작업이 화제다. 잡지 <건축과 환경> 사진기자 출신으로 1994년 프리랜서로 독립한 뒤 이타미 준(유동룡), 민현식, 조민석, 문훈, 김찬중 등 숱한 한국 건축가들의 작품을 찍어온 김용관(55) 작가가 바로 그다. 1990년대 초반부터 자신이 찍은 건축 사진 1만여점을 건축계에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지난 연말 기증했고,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들어선 재일동포 건축 거장 이타미 준의 미술관(유동룡미술관) 개관을 맞아 타블로이드 판형의 이타미 준 건축 사진집도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용산구 삼각지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한국 건축 사진사에서 중요한 획을 그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간단한 기증 약정 행사를 열었는데 뿌듯했어요. 제가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던 기간인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찍은 건축 사진 원판 슬라이드 1만여점을 조건 없이 내줬지요. 이번에 처음 사진집으로 낸 이타미 준 선생과의 ‘제주 미술관 프로젝트’ 작품들을 비롯해 유걸, 민현식, 승효상, 조민석, 서혜림 등 90년대 이후 한국 현대건축의 근육을 형성하고 지금도 주축인 작가들의 초창기 작품, 중요 작품들이 망라됐어요. 건축 아카이브가 온전한 예술적·역사적 콘텐츠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작가주의 건축사진가로 알려졌다. 푸른 하늘에 각 잡힌 건물 상을 도열시키는 식의 기존 건축 사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흐린 날씨나 해가 진 뒤 어스름한 저녁 혹은 석양의 시간, 혹은 눈이 내리거나 가을 녘 풀숲이 너울거리는 오후 어귀의 순간을 골라 건축물과 함께하는 풍경을 내보였다. 서정적 감성 혹은 사진가의 개성적 시선이 얽힌 작업들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건축가에게 종속된 요소 정도로만 대우하던 건축 사진들에 대해 출처 표기와 저작권을 줄기차게 주장해, 2010년대 이후로 출판물 등에 사진작가 이름을 표시하는 관행이 뿌리내리도록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진 자료들을 기증한 것뿐 아니라 이타미 준의 대표작들을 모아 자신의 첫 사진집으로 낸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고 작가는 힘주어 말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방주교회, 수(水)·풍(風)·석(石) 미술관, 두손(지중·地中) 미술관을 건립했을 때 찍은 사진들을 모은 이 사진집은 1000부를 찍었는데, 인세를 받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인생의 동지처럼 만난 이타미 준의 자연 친화적 건축에 대한 존경과 연모의 마음을 담아 최적의 사진 화질을 낼 수 있는 양질의 인쇄지를 일본에까지 수소문했고, 용지값만 3000만원 가까이 들였다. 이런 사연을 담은 사진집의 제목은 <이타미 준·김용관―사진으로 쓰는 서신>으로 붙였다.
지금도 자신의 사진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한 것이 나름의 결실이라고 생각하지만, 건축 사진은 기본적으로 건축주와 건축가의 의뢰를 받고 찍는 것이기에 온전히 자신의 작업이 아니며, 반드시 공공적으로 공유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내년이 독립한 지 30돌을 맞는 만큼 이런 맥락에서, 그동안 해온 자신의 건축 사진 작업을 최근 시작한 개인 작업과 더불어 선보이는 전시회를 마련해보고 싶다며 작가는 말을 맺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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