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과 함께한 밤, 그리고 식당 3
요즘은 하이볼이 좋다. 위스키의 근사한 향과 탄산의 강렬함이 어우러져 있으니. 여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오늘 밤 하이볼과 함께할 식당들이다.
●주점 이상의 맛
미도림
요새 트렌드를 경험하려면 성수동으로 가면 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젊은 요리사들이 이곳에 새로운 가게를 차리고, 신선한 감각의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신 유행이 빨리 소비되는 만큼 하루가 멀지 않고 사라지는 곳도 있다. 즉, 성수동에서 어느 정도 버티면 이미 맛은 보장됐다는 뜻이다.
한식과 주류를 전문으로 하는 한식 주점 '미도림'은 2020년 9월 오픈해 코로나를 견뎌낸 공간이다. 을지로가 떠오르는 오래된 빌딩, 경양식 집 같은 로고, 시티팝이 연상되는 내부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요리도 한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여러 국가의 조리법과 재료를 적극 활용한 게 눈에 띈다.
겨울인 만큼 굴을 활용한 음식들에 손이 간다. 홍시 소르베와 자몽, 허브 오일 등을 활용한 거제 참굴, 곱창김으로 감싼 참굴 튀김, 굴, 매생이, 생선살이 들어간 부추전이 있다. 또 고소한 지방이 한껏 오른 대방어를 활용한 브루스케타도 빠트릴 수 없다. 굴 메뉴는 겨울이 가기 전 빨리 맛보는 게 좋겠다. 이밖에도 대표 메뉴인 취나물 파스타(면을 다 먹고 밥 요청 필수)를 비롯해 우니 빠에야, 코돈부르와 고수 소카레찜, 기정떡 토스트와 닭간파테 등이 있다.
주류의 경우 와인이 중심이 되는데, 최근에는 하이볼과 칵테일을 눈여겨봐야 한다. 하이볼은 히비스커스로 매혹적인 색을 낸 미도림 하이볼과 산토리 하이볼, 유자하이볼이 있으며, 럼과 콜라가 들어간 칵테일, 쿠바리브레도 준비돼 있다. 가볍게 마시기 좋아 여러 잔 마셔도 부담이 덜하고, 미도림의 음식과도 조합이 훌륭하다. 게다가 아늑한 룸도 2개 있으니 모임을 위해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본 감성 그대로
카린지 린가네 스낵바
일본으로 가는 하늘길이 열렸다지만, 너무 비싼 항공권에 주저하고 있는 당신을 위해 추천하는 공간이다. 일본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카린지 린가네 스낵바다. 여러 공간이 공존하고 있다. 경양식 식당에 어울릴 법한 테이블, 스낵바 느낌의 카운터 좌석, 마지막으로 요즘 유행 중인 오뎅바다. 통조림을 활용한 음식들은 간단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편이다.
대표 메뉴는 칼슘 멸치와 아몬드 통조림 '칼몬드'를 토핑으로 부어 먹는 칼몬드 파스타다. 알리오 올리오와 짭조름한 멸치, 고소한 아몬드가 제법 잘 어울린다. 린가네 팝콘은 옥수수튀김과 팝콘을 통조림에 넣었는데, 계속 손이 가는 중독적인 맛이다. 식당에서 팔지만, 극장에서 맛보고 싶을 정도다. 또 맥주와 잘 어울리는 테바사키 교자는 닭 날개 안에 소를 채워 더 풍성한 맛을 낸다.
주류는 하이볼과 사와, 생맥주, 사케처럼 일본 관련된 게 많고, 참이슬을 글라스 소주로 팔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레몬의 상큼함을 가득 담은 레몬에이드가 있어 비음주자도 이곳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카린지는 저녁과 점심이 다른 얼굴이다.
점심에는 밥집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카린지만의 카레와 경양식 돈까스, 소스카츠동 등으로 맛있는 식사가 가능하다. 참, 최근 신촌에 2호점을 냈는데 대학가 근처인 만큼 이곳 분위기는 좀 더 로컬 술집을 표방하고 있다. 또 겨울에 즐기기 좋은 오뎅모리(오뎅모둠)를 비롯해 다양한 메뉴가 있으니 한 번 더 방문하는 것도 괜찮다.
●이유 있는 인기
해목
해목은 부산 해운대에 본점을 둔 히츠마부시(나고야식 장어덮밥) 전문점이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서울로 진출한 식당이다. 현재 서울에는 논현점과 롯데월드몰점이 있다. 인기가 식을 법도 한데, 여전히 주말에는 대기 인원이 상당하다.
장어 한 마리 반이 올라가는 특 민물장어 히츠마부시를 비롯해 히츠마부시(장어 한 마리), 카이센동, 마구로동(참치덮밥), 사케동(연어덮밥) 등의 식사 메뉴가 있다. 또 주류에 곁들이기 좋은 연어 사시미, 마구로 타다키, 모둠튀김도 있다. 어떤 메뉴를 시켜도 기분 좋은 식사가 가능한데, 아무래도 '특'이 들어간 메뉴가 양과 구성 모두 푸짐하다. 숯불로 구운 장어구이가 올라간 히츠마부시는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숯의 향, 장어의 탄탄한 식감, 감칠맛 좋은 비법 양념과 어우러진 밥이 잘 어울린다. 맛있게 먹기 위한 4가지 방법도 있다. 주걱을 이용해 히츠마부시를 4등분 하고, 우선 고유의 맛을 즐긴다. 다음 1/4는 실파와 깻잎, 김가루, 와사비를 얹어 먹고, 3번째는 오차즈케다. 마지막은 3가지 방법 중 가장 선호하는 방식으로 즐기면 된다.
벤또 형태로 나오는 특 카이센동의 경우, 우니, 참돔, 생새우, 연어알, 참치, 제철 생선 등 11종류의 해산물이 압권이다. 주류 메뉴판도 다양하게 채웠다. 식전주로 좋은 해목 사케를 비롯해 코쿤 하이볼, 위스키, 사케, 맥주, 소주 등이 있다. 하이볼에 사용한 위스키는 짐빔과 가쿠빈이 아니라 코쿤이다. 흔하지 않아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가고, 레몬을 활용해 상큼하다. 지방이 풍부한 장어와의 궁합이 꽤 좋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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