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커넥트’ 김혜준 “거장과 작업, 떨리지 않고 설?다”
지난해 12월 7일 공개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 6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극본 나카무라 마사루 허담, 연출 미이케 다카시)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하동수(정해인 분)가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당해 한쪽 눈을 잃은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추적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혜준은 극 중 베일에 싸인 동수의 조력자 최이랑 역을 맡았다.
최근 김혜준은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만났다. 김혜준은 “‘커넥트’는 소재가 신(新)인류다. 최이랑이 반전의 키를 쥔 캐릭터라 더 끌리기도 한다. 해보지 않았던 액션도 있고, 반전을 쥔 캐릭터라는 것도 좋다. 뜬금없이 등장해서 거침없는 점이 좋더라”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작품은 일본 장르물의 대가라고 불리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세계적인 거장과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묻자 “사람들이 부담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더라”며 “그런 걱정은 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설레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일본인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없을 수도 있는데 좋은 기회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혜준은 또 “설렘 뒤에 오는 걱정과 부담도 감독님과 나눌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함께 작업한 소감은 어떨까. 김혜준은 “대화를 주고 받거나 정보 주고 받을때는 통역사가 있어야 했지만, 현장에서 디렉팅을 받을 때는 통역이 필요 없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제가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 않나. 감독님이 그걸 원할 것 같은 촉이 오더라. 바디랭기쥐로 전달하실때 바로 느낌이 오더라. 같은 대본을 매개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굳이 통역이 필요 없었다”며 원활하게 촬영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극 중 최이랑은 그동안 다른 작품 속에서 보여졌던 조력자들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다. 하동수가 조폭들에게 ?기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나 도움을 주고, 하동수가 신인류 커넥트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반인이라면 사망할 수도 있는 높이에서 밀어 떨어트린다. 또 하동수가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경찰에 잡히게 되자 갑자기 나타나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탈출을 돕기도 했다.
최이랑은 나타나는 타이밍도 종잡을 수 없고 행동도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어떻게 분석했을까. 김혜준은 “색다른 캐릭터지만 잘 녹아 내리려고 했다. 부연 설명 없이 뜬금없이 등장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하기도 하고, 옷차림도 특이하고 존재 자체가 독특하다. 연기가 너무 과하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춰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커넥트들의 시그니처 장면 중 하나인 상처가 아무는 장면을 언급하며 “연기하기 어렵더라. 컷 하고 스태프와 눈이 마주치면 민망하기도 했다. CG가 붙은 뒤에 조금 더 나아진 것 같다. 완성된 것을 본 뒤에 ‘조금 더 디테일하게 연기할 걸’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준은 또 “이랑이의 전사를 깊게 파고들며 설정하지는 않았다. 버림받아 부모도 모르고,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나본 적도 없을거라는 큰 얼개만 설정했었다”고 덧붙였다. 김혜준은 또 “이랑이는 사회에 녹아든 인물이고 사회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야망을 품고 있지만 커넥트인걸 들키지 않기 위해,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다”며 최이랑을 분석하기도 했다.
최이랑도 하동수와 같은 커넥트였다. 같은 신인류임에도 하동수와 캐릭터 자체가 아예 다른 이유는 뭘까. 김혜준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수가 자신이 커넥트라는 걸 알고 사람들 사이에서 몸을 숨기고 감췄다면, 이랑이는 커넥트의 몸을 탐내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다. ‘내가 널 혼내주겠다’는 식의 흑화를 한 것이다. 동수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최이랑은 신(新)인류가 우월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구(舊)인류를 지배해야 한다는 사상을 가진다. 이에 대해 김혜준은 “오만한 판단”이라며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 대한 분노나 복수심이 오만하고 건방진 모습으로 표현이 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쁜 생각 아닌가”라며 최이랑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하동수도, 최이랑도 자신들을 노리는 사람들도 많았고, 괴물이라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한 반발로 지배욕이 생긴게 아닌가 싶긴 하다”고 최이랑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을 언급했다.
최이랑은 하동수보다 커넥트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힘들게 모은 정보를 하동수에게 공유해주고 곤경에서 수 차례 구해준다. 최이랑과 하동수의 관계는 일반적인 드라마속 러브라인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궁금증을 갖게 한다. 김혜준은 “이랑이가 동수를 이성으로서 사랑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애, 동지애 같은 것 아닐까”라며 “이 세상에 몇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이다. 저는 동수를 이랑이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랑이는 야망도 있고 능동적이지만 외로운 사람이다. 누군가 날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살인사건을 ?는 최형사(김뢰하 분)을 살려준 것도 ‘너에겐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고통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촬영을 하면서도 그 말에 울컥했다. 그래서 (당장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보류’라는 느낌으로 살려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준 또 “정해인 선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가 어려워하는 부분이나 어색해 하는 부분은 ‘호흡을 이렇게 해봐’ 등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이해하지 못할때도, 조언을 해주며 도움을 많이 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카메라가 저만 찍는 구도일 때도, 자신이 화면에 잡히지 않아도 제가 집중할 수 있도록 100%의 강도로 앞에서 연기를 해주더라. 죄송하고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김혜준은 촬영장에서 단 한번밖에 함께 촬영하는 신이 없었던 고경표에 대해서도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김혜준은 “캐릭터적인 연기를 하더라.그 모습을 보면서 제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기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오진섭과 진짜 비슷하다는 생각에 감탄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는 액션 장면도 많았다. 칼을 휘두르는 장면부터 덩치가 큰 남성들과 맞붙는 장면까지 액션이 화려했다. 김혜준은 “4부 대본까지 본 뒤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5부 부터 액션이 엄청 많이 나오더라. 액션 스쿨을 다녔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제대로 해보고 싶다. 몸 쓰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재미있더라”며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남성과는 힘의 차이가 있어서 여성 액션은 기술적인 액션이 많은데 이번엔 힘이 센 커넥트이기 때문에 날렵하고 민첩하면서 힘을 쓰는 액션들을 했다. 거구의 분들과 싸워야 하니 힘에서 밀려 어렵기도 했는데 잘 찍어주셨더라”며 “시즌 2는 들은 바 없으나 미리 말씀해주신다면 준비해서 더 잘하고 싶다. 제 분량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이랑이가 흑막이 될 수도 있고, 최종 빌런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아니면 성장형 히어로가 될 수도 있는거고. 끝판왕이 되면 좋겠다”고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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