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종로구청장 "대학로 주말 차 없는 거리 추진"
서당식 교육 플랫폼 구축…"종로식 고도 현대화 구현"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고은지 기자 = "대학로에 130여개 중소 공연장이 몰려있는데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중요한 자산입니다. 이를 활용해 대학로를 공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문화 해방구로 만들고자 합니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이달 10일 연합뉴스와 한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4∼5월부터 대학로에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종로 전체를 공연장·전시장·박물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대학로가 런던 (공연 중심지인) 웨스트엔드처럼 가려면 1천500∼2천석 규모 공연장 3개는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공연장을 단성사·피카디리극장과 함께 리모델링하거나 재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종로구는 민선 8기 역점 사업인 문화관광벨트 조성을 추진하며 매주 또는 격주 일요일마다 대학로에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대학로 차 없는 거리는 1985년 5월∼1989년 10월 주말마다 주 도로인 이화사거리∼혜화로터리 구간에서 운영되다 폐지되고 현재는 소나무길 등 일부 구간만 남았다.
정 구청장은 "차 없는 거리가 되면 그 안에서 운영되는 푸드트럭과 먹거리 이익금 일정 부분을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환원하고, 예술인들은 끼를 발산하며 대학로를 문화의 거리로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 구청장은 정치1번지로 꼽히는 종로에서 12년 만에 탄생한 비(非) 민주당계 구청장이다. 17대·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등 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행정가로 본격 변신했다.
올해는 정 구청장이 구정 비전을 본격적으로 실현해가는 첫해다.
정 구청장은 새해 구정 방향을 '종로 모던(modern)'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 개념을 "세계의 본(本), 즉 패러다임이 되기 위한 우리식 고도 현대화의 구현"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룹 BTS,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을 보면 우리가 가진 특수성이 세계 보편성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시점에 왔다"며 "조선은 물론 근현대를 아우르는 문화유산이 몰려있는 종로에서 서구식 현대화를 뛰어넘는, 기존과는 다른 고도의 현대화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또 다른 역점 사업은 창신동 미래도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창신동 남측 약 10만㎡(3만3천평)에 코엑스급의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여러 개로 나눠진 개발구역을 하나로 묶어 초고층 건물과 대규모 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안과 관련한 용역이 진행 중이다.
정 구청장은 "미래도시 콘텐츠는 민간에서 채워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뮤지컬 공연장, 영화관, 아쿠아리움이 들어올 수 있다. 1만5천평 공원이 들어오고 지하로 뚫으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종로구는 탑골공원을 시민공원으로 만드는 사업도 검토 중이다. 고종황제가 한양에서 처음으로 만든 시민 공원인 만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게 정 구청장의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종로구는 탑골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활성화하는 경관 조성 기본계획 수립하기 위한 학술 용역을 맡겼다.
정 구청장은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면 탑골공원이 문화와 휴식의 공간이자 살아 숨 쉬는 역사의 교육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국제 서당 형태의 미래교육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관내 학교 청소년에게 영어로 서당식 인성 교육을 제공하면서 청년 멘토까지 지원해 지성과 인성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정 구청장은 단순한 지식 위주가 아닌 삶을 성찰하는 교육까지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당식 교육은 일대일 가정교사와 동일하다. 진도가 끝날 때까지 확인하는 식이다. 그런 시스템의 교육을 만들고 싶다"며 "다만 기회의 장을 해외까지 넓히고 입시에도 도움이 되게 이를 영어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수에서 구두 만들고 종로에서 옷 만드는 친구들이 영어가 조금이라도 되면 완전히 다른 시장이 열린다"며 "지방에서도 몇 군데 관심을 보인다. 1년이 지나면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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