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꿈꾸는 소녀' 박혁지 감독 "팔자에 대해 고찰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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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라고 표현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내가 정말 치열하게 잘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보면 좋을 것 같고요."
다큐멘터리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4살 때부터 꿈을 통해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보고 말하며 살아온 무녀 수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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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팔자'라고 표현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내가 정말 치열하게 잘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보면 좋을 것 같고요."
다큐멘터리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4살 때부터 꿈을 통해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보고 말하며 살아온 무녀 수진의 이야기다. 신(神)에 대한 의무와 평범함 삶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 아래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만난 박혁지 감독은 "살아보면 이미 결정돼있는 것도 있는 것 같긴 하다"면서도 "그런데도 계속 끊임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수진이도 결국 자기의 미래는 잘 모르잖아요. 안다고 하더라도 치열하게 선택해야 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순간도 많고…. 사실 똑같은 것 같아요. 수진이도 무당이 됐지만 또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죠. 계속 꿈꾸고 있는 아이니까요."
영화는 수진이 고등학생이던 2015년부터 대학을 졸업한 뒤 무속인으로서의 삶을 택하기까지 7년의 세월을 담았다. 수진의 요청으로 약 2년 반 동안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수진이가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폭탄선언을 하더라고요. 촬영 그만하고 싶다고. 너무 힘들다고요. 다큐멘터리는 출연자가 안 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그러다 4학년으로 올라가는 2019년 1월에 다시 전화를 받았죠."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 대학 생활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쉬움이 남긴 한다"면서도 "단호하게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고, 마치 어제 통화한 사람처럼 '다시 하자'던 수진이의 당당함과 자신감을 보면서 '내가 캐릭터를 잘 보긴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영화를 보는 2시간 동안 그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면서 그러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며 편집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박 감독이 수진에게 '25살 평범한 대학원생'과 '돈 많고 유명한 무녀' 둘 중에 무엇을 택하겠냐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한다. 수진은 이미 무녀의 삶을 택한 뒤이지만 질문에 곧바로 답을 내리지 못한다.
"그 지점이 이 영화에서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 짬뽕이 아니라 짜장면을 시켰을까' 하며 사소한 결정도 후회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인간이기 때문에 선택을 이미 했더라도 다른 길을 쳐다볼 수도 있고, 뒤돌아볼 수도 있는 거죠."
박 감독은 수진의 삶을 영화로 담기로 한 이유를 묻자 "사람이 매력적인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혹자는 너무 소재주의 다큐가 아니냐는 말씀도 하세요. 대학생 무당, 뭔가 혹하잖아요. '춘희막이'(2015)도 정실과 소실의 이야기였고요. 하지만 저는 제가 흥미를 느껴야 해요. 한두 달도 아니고 지속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그동안 열정을 계속 끌어올리려면 저를 계속 자극하고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박 감독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32살의 첼리스트 오동환 군과 그의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후속작으로 준비 중이다. 그는 "당신들의 아들딸을 지켜내기 위해 견고하게 성을 쌓고, 사회적 자폐가 되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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