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공급망 전쟁… 탈중국 필요성 커진다
[편집자주]한 때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중국의 허상이 벗겨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패권다툼에 따른 글로벌 통상질서 변화 등의 여파로 더 이상 중국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를 벗어나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중국에 성장을 기댔던 국내 기업들도 탈(脫)중국 행렬에 속속 가담하고 있다.
① 심화되는 공급망 전쟁… 탈중국 필요성 커진다
② 빗장 건 중국에 韓 수출 휘청… '다변화' 선택 아닌 필수
③ '기회의 땅' 옛말… 기업들, 생산거점 '탈중국' 러시
④ '제2의 반도체' K-배터리, 핵심소재 탈중국 '가속페달'
⑤ 탈중국 핵심은 해외 자원개발… 현 주소는?
⑥지긋지긋한 왕서방의 몽니… 유통가도 탈(脫)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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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도 자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전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과학법 ▲칩4 동맹 추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정책을 잇따라 시행한데 이어 올해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추가 법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망 재편 이면엔 중국을 규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핵심 원자재와 첨단 산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자국 중심으로 헤게모니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4년 경과 및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 추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을) 차단하려고 한다"며 "공급망이 지리적으로 집중돼 있을수록 중국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미국의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따라 한국의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배제 전략은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의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주요 원자재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품목별 중국 수입 의존도는 ▲망간제품 99% ▲알루미늄케이블 97.4% ▲마그네슘괴 및 스크랩 94.5% ▲아연도강판 93.8% ▲흑연 87.7% ▲전기강판 82.0% ▲개별 소자 반도체 부품 76.9% 등이다. 한국의 이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20년 기준 58.7%로 전 세계 1위다. 2010년 35.6%에서 10년 새 23.1%포인트 상승하며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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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의존도 탓에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참여할 경우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발간한 '중간재 대외 의존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이 한국의 높은 자국 중간재 의존도를 무기 삼아 우리 경제를 공격할 우려가 있다"며 "차이나 리스크가 점차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여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보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지역본부 차장은 '최근 중국 공급망 이슈의 영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론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주요 품목의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중국 외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선 다변화와 수출품목 다양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중국 또는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 여부는 기업의 중국에 대한 생산·판매 의존도에 따라 효율적으로 조정하거나 재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중심의 신공급망 재편에 동참한다면 동맹국 간 안정적인 공급망을 기반으로 장비 소재의 높은 대외의존도 리스크를 경감시킬 수 있겠지만 한국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의 긴장 고조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높은 수출입 의존도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분업구조에 기인하며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어렵고 단기적으론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론 중국 이외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수출국 다변화를 통해 현재의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감축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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