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하늬 “인생은 ‘49’와 ‘51’의 싸움” [인터뷰]

이승미 기자 2023. 1.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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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늬(39)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2막을 시작한다.

2021년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하고 이듬해 6월 딸을 품에 안은 그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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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으로 인생 2막 연 ‘초보 엄마’ 이하늬
힘듦 49%라도 기쁨 51%라면 행복
세상의 모든 엄마들 위대함 깨달아
받아들이고 최선 다하는 것이 중요
일제강점기 첩보 액션 영화 ‘유령’
운명 같이 다가온 캐릭터, 내게 딱
이하늬는 “양육자로서 많은 고민이 따르지만 아이를 낳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엄마가 된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CJ ENM
배우 이하늬(39)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2막을 시작한다. 2021년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하고 이듬해 6월 딸을 품에 안은 그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눈을 반짝였다. “경이로운 일을 했다고 믿을 수 있게 해주는 아이”를 통해 기쁨을 얻고 “상황을 바꾸지는 못해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감정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출산 전인 2021년 5월 촬영을 마치고 엄마가 된 후 처음 선보이게 된 영화 ‘유령’이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18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하늬는 달라진 자신의 인생관을 “49(%)와 51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기쁜 마음이 51이라면 행복할 수 있다. 비록 ‘49의 힘듦’이 여전히 남아있더라도 말이다.

그는 “안 되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중요하다”고 웃었다. ●“출산으로 인생 최대 교훈 얻어”

그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신계와 인간계를 오갔다”고 했다. 배 속으로 아이를 품으며 “신만이 할 수 있는 창조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37시간 진통 끝에 아이를 낳고 상상도 못 한 붓기를 경험한 뒤에는 “나는 정말 인간, 아니 동물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했다.

“한 아이의 생존이 내게 달렸다”는 엄청난 책임감에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한다. “양육자로서 아이의 인생에 어느 정도의 자유를 주고 어느 정도의 개입을 해야 하는 건지”도 늘 고민한다. 그럼에도 “아이 낳기 전의 삶으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한다.

“예전엔 갈증이 컸어요. 슬럼프를 길게 겪은 적도 있죠. 왜 저를 ‘진짜 배우로 봐주지 않나’ 원망할 때도 있었어요. 저에게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을 지나 지금의 제가 됐어요. 아이를 낳고는 마음도 눈도 더욱 확장됐어요. 무슨 출산장려 홍보대사 같지만, 모두가 이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1000만 배우, 달라질 줄 알았지만”

1933년 경성의 한 호텔에 갇힌 이들이 조선총독부에 잠입한 항일조직 스파이를 찾으려는 내용의 영화에서 이하늬는 총독부 암호 전문 기록담당을 연기했다.

“운명 같이 다가온 캐릭터예요. 딱 그 나이, 그 상황에 할 수 있는 액션과 감정을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까요. 모든 것의 종과 횡의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할 수 있었죠.”

영화가 큰 사랑을 받길 바라지만 흥행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은 전혀 없다.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한 작품을 내놓는 건 자신의 일이지만 그 위에 비를 뿌리는 건 하늘의 일이라 믿는다.

“1000만(‘극한직업’) 배우가 되면 독보적인 배우가 되어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전 여전히 똑같아요. 절대 제가 잘해서 잘된 게 아니었단 말이죠. 그런 흥행은 그냥 기적처럼, 또 선물처럼 오는 거더라고요. 일확천금 복권당첨 같은 거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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