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7,000km 걸은 국가대표급 트레킹 마니아

신준범 2023. 1. 1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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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거칠부 고영분
거칠부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영분씨.

'히말아야 트레킹'에 관해서는 국내 1인자로 꼽을 만하다. 본지에 '거칠부 다이어리'를 연재하고 있는 고영분(44)씨는 지금까지 히말라야 트레킹만 7,000km를 걸었다. 히말라야산맥이 걸쳐 있는 파키스탄, 인도, 네팔, 부탄 지역을 1년에 몇 달씩 누비며, 발이 닳도록 걸었다.

총 트레킹 기간만 7년 동안 760일이며, 야영한 날짜 270일, 현지에서 만난 가이드가 30명이고, 스태프와 포터는 400여 명에 이른다. 트레킹 비용도 1억 5,000만 원가량 들었는데,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히말라야 오지를 주로 찾기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간 히말라야 트레킹을 못 간 갈증을 풀기 위해 2022년에만 133일, 960km를 걷고 왔다.

"이번에 다녀온 곳 중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낭가파르바트였어요. 산길도 워낙 험하고 눈까지 내려서 어려운 시간이 많았어요.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1시간 동안 100m를 간 적도 있었어요. 길 자체가 없는 곳도 있고, 포터들이 위험하다고 거부해서 못 넘은 고개도 있었어요.

파키스탄은 지역이 바뀔 때마다 포터도 바뀌는데 낭가파르바트 지역은 특히 심했어요. 인건비나 요구 사항도 다르고, 점심 먹고 2~3시간은 낮잠 자고 놀다가 밤 10시가 넘어 도착하는 경우도 있어서 속 터지는 일도 많고, 파란만장했어요."

북인도 강고트리 쉬블링을 배경으로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섰다.

7년간 트레킹에 1억 5,000만 원 들어

그녀가 2022년에 다녀온 트레킹 코스만 열거하자면, 난코스 중의 난코스로 손꼽히는 파키스탄 낭가파르바트 어라운드 트레킹 210km, 북인도 스피티 밸리·핀바바 패스·람카가 패스·칼린디 칼 패스 200km, 부탄 스노맨 트레킹 320km, 네팔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및 주변 트레킹 230km이다. 지금까지 걸어서 넘은 해발 4,500m 이상의 고개와 베이스캠프 등이 100여 개에 이른다.

"저는 관광이나 쇼핑은 싫어해요. 트레킹이 좋아요. 남미, 일본, 아프리카, 유럽 알프스도 걸었지만 히말라야가 더 끌려요. 네팔은 고향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해요."

보통 가이드와 포터들이 다 해주는 황제 트레킹을 생각할 수도 있으나, 유명한 인기 코스와 달리 난이도가 상당한 곳들이다. 직접 지도를 보고 루트를 잡고 현지 여행사와 의논하는 방식이며 하루에 7시간 이상 걷는 날도 많았다.

이번에 겪은 일만 놓고 보면, 차량 이동 중 산사태로 길이 끊어져 25시간을 기다렸고, 포터들의 거부로 중요한 고개를 넘지 못해 하산했고, 트레킹 중 포터가 눈에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22일 동안 7번이나 포터가 바뀌었으며, 어떤 곳에서는 평소 4배가 넘는 비싼 인건비를 요구했다. 북인도에서 17명의 포터가 도망을 가기도 했다. 부탄 스노맨 트레킹에서는 4,500m 이상의 고개만 15개를 넘는 일정이었고, 말과 노새의 똥오줌이 섞인 진흙탕길이라 곤혹스러웠다. 환율과 부탄 관광세가 오르는 바람에 계획보다 500만 원이 추가로 들기도 했다.

7년간 걸은 트레킹 구간들.

파란만장 했던 파키스탄 트레킹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트레킹마다 인터넷으로 7~8명가량 한국인을 모아서 함께했다. 사람을 많이 모을수록 비용은 줄어들지만 최소 30일 이상 시간을 내야 하는 트레킹이 많아, 8명 정도가 최대였다고 한다. 그녀가 짠 모든 트레킹 코스와 계획에 동의하는 사람만 함께했다. 20일 이상 힘든 산길을 함께 걸으면 성격 좋은 산악인들도 감정싸움이 생기는 일이 다반사지만, 그녀는 나름 노하우가 있다.

"다들 닉네임에 '님'자를 붙여서 수평적으로 운영해요. 언니·형님 부르기 시작하면 서열이 생기게 되면서 균열이 생겨요."

고단한 트레킹 중에 그녀는 국제연애도 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가이드로 만난 친구와 국경을 초월해 연애를 시작한 것. 트레킹 기간 동안 그와 장난도 치고 가깝게 지냈지만, 호감을 표시할 때 '다른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공항에서 헤어질 때 눈물 흘리는 모습과 난생처음 여권을 만들어 네팔까지 그녀를 만나러 오는 노력을 보며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파키스탄은 내국인이 해외에 나가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들고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파키스탄 북부는 결혼을 하면 여성의 법적 권리가 거의 없는 곳이라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적으로 동등한 관계에서 진심으로 나누는 연애는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이, 고영분씨의 생각이다.

국내에 귀국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일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2023년 트레킹 계획을 짜느라 바쁘다. 숱하게 히말라야를 다녀왔으나 아직도 목말라 있는 그녀는 "히말라야 트레킹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며 "히말라야는 화장기 없는 미인이라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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