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러스맨 이종하 단장의 우승 야망 “돈이 없다고 포기할까요?”

황민국 기자 2023. 1. 16. 06: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하 포항 스틸러스 신임 단장 | 포항 스틸러스 제공



이종하 포항 스틸러스 신임 단장(59)은 하루 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자본의 힘과 논리가 좌우하는 프로축구판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명가의 이름값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프로축구 클럽을 지키는 ‘스틸러스맨’은 두 어깨가 무겁다.

이 단장은 15일 기자와 통화에서 “단장직을 맡은 첫날부터 명가 재건이 숙제가 됐다”며 “창단 50주년인 올해는 우승컵을 하나라도 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축구인 출신인 이 단장은 1996년 포항에 입사해 선수단 주무를 시작으로 선수지원팀장과 홍보마케팅팀장, 꿈나무창조기획단장, 전력강화실장 등 27년간 축구 현장에서 행정 업무의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포항은 최근 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지난해 K리그1 선수단 연봉 총액에서 앞이 아니라 뒤에서 2등이었다. 선수단 약 37명에 77억원 가량을 썼다. 지난해 우승팀 울산 현대는 176억원, 준우승팀 전북 현대는 197억원을 지출한 것과 크게 비교됐다. 연봉으로는 우승은커녕 상위스플릿행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포항은 리그 3위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ACL) 티켓까지 따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포항만의 살 길은 있었다. “예전처럼 큰 돈을 못 쓴다고 포기할까요? 남들하고 똑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작은 돈으로도 승부는 걸 수 있습니다.”

이 단장은 예산은 부족하지만 시간은 부자라고 자부했다. 김기동 감독과 함께 지난 여름부터 낙점한 선수와 협상을 벌인다. 특히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 자유계약선수(FA)가 타깃인데 유럽에서 유행하는 ‘프리 컨트랙트’(FA 선수와 먼저 가계약을 체결)로 볼 수 있다. 이 단장은 지난해 대구FC에서 활약했던 브라질 출신의 제카를 이 같은 방식으로 직접 데려왔다.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는 대신 불안요소는 있다. 영입을 결정지었을 땐 기대했던 선수가 하락세에 빠지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포항이 최근 3년간 K리그1 순위만 따진다면 3위(2020년)→9위(2021년)→3위(2022년)로 롤러코스터를 탄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9위로 부진했던 2021년조차 ACL에선 준우승을 거뒀으니 실패로 볼 수는 없다.

이 단장은 “김기동 감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지도력을 발휘한 결과”라면서 “현재 선수단 구성만 본다면 우리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감독도 올해는 진지하게 우승을 목표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단장이 자신의 바람대로 우승을 바라보려면 ‘신진호 리스크’부터 처리해야 한다. 지난해 4골 10도움으로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올랐던 신진호는 계약 문제로 지난 9일 베트남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않았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줄 수 없는 현실이 빚어낸 문제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신진호는 수도권 구단들로 이적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 단장은 “우리 구단에선 최고의 대우지만 선수가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 고민”이라며 “남을 확률은 50% 정도라 본다. 최대한 붙잡고 싶지만 나간다면 대안은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포항의 우승 도전 승부가 여름철에 달렸다고 했다. 감독에게 맡긴 승점 레이스가 아닌 단장의 업무인 이적시장 얘기다. 포항은 올해 외국인 선수 쿼터를 두 장 남겼는데, 여름에 취약 포지션을 보강해 가을에 웃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단장은 “전력강화실장으로 2013년 K리그 최초의 더블(2관왕)을 이룬 것을 아직 잊지 못한다”며 “10년이 지난 올해는 단장으로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