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오른 실손보험료에 ‘깜짝’…4세대로 갈아타, 말아?
가입 시기별 부담·보장 내용 달라
병원 자주 간다면 1∼3세대 유지를
고령자라도 건강하면 4세대 전환 고려
남편과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손아무개(67)씨는 최근 매달 내는 1세대 실손의료보험료(이하 실손보험)가 2배 이상 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보험료가 11만6970원에서 23만5890원으로 훌쩍 뛴 것이다. 손씨의 경우 보통 한 달에 병원비가 20만원 정도 나오는데, 이보다 더 비싼 보험료를 매달 내야 한다는 뜻이다. 손씨는 13일 <한겨레>에 “실손의료보험 4세대는 정부가 보험료를 50% 할인해준다는 얘기가 있던데, 4세대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한지 궁금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실손보험 1~4세대…나는 무슨 실손보험 들었나
실손보험은 정부의 건강보험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상품으로, 언제 가입했는지와 담보 구성 여부에 따라 보장 내용이 달라진다.
가장 먼저 나온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됐다. 1세대는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상품일 경우 자기부담금 없이 거의 대부분 실비처리가 된다. 생명보험사의 실손보험 상품은 자기부담금(20%)이 있다. 보험료는 보험의 보장 범위에 따라 달라지는데, 1세대 가입자일수록 보험료 부담이 큰 만큼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많은 편이다. 대부분 3년이나 5년 주기로 갱신을 하다 보니 평소에는 인상분 적용을 받지 않아 좋지만, 갱신주기에 누적분이 한 번에 반영돼 보험료 인상 폭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2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팔린 상품이다. 이때부터 정부가 실손보험에 표준약관을 도입하면서 급여와 비급여 등 조건에 따라 치료비의 10% 혹은 20%를 가입자가 책임져야 하는 자기부담금 제도가 생겼다. 급여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병원비를 보장해주는 항목이며, 비급여는 보장이 되지 않는 항목을 말한다.
2017년 4월 나온 3세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은 기본형 안에 들어 있는 급여인 경우에는 약관 형태에 따라 10% 혹은 20%로, 비급여는 20%로 각각 나뉜다. 그리고 도수치료, 주사제, 자기공명영상(MRI) 등 3대 특약(30%)도 따로 생겼다.
4세대 실손보험은 2021년 7월 이후 나온 상품이다. 저렴한 보험료가 최대 장점이다. 다만, 의료 이용이 많을수록 본인 부담금이 늘어나는 자기부담 비율이 급여와 비급여(특약) 각각 20%, 30%이다. 특약은 질병과 상해를 구분하지 않고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횟수(50회)와 금액(최대 350만원)이 정해져 있다. 도수치료와 자기공명영상 같은 비급여 보험금을 많이 타간 사람은 보험료가 최대 300%까지 오르지만, 보험금을 청구한 이력이 없으면 ‘무사고 할인’ 혜택도 받는다. 올해 6월까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탈 경우 정부로부터 보험료 5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가입자들은 어떤 실손보험을 가장 많이 갖고 있을까.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개인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3574만명이며, 이 중 4세대 상품 가입자 수는 195만명으로 5.5%를 차지했다. 판매 기간이 가장 길었던 2세대 상품 가입자 수는 1657만명으로 46.4% 비중을 차지하면서 가장 많았고, 이어 3세대(894만명·25%), 1세대(827만명·23.1%) 순이었다.
병원 자주 가는지 등에 따라 ‘갈아타기’ 이득 달라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갈아타기의 경우 개인 상황에 따라 이득 여부가 다르다고 조언한다. 이에 자신의 상황과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1년에 병원비로 약 300만원을 쓰는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인 손씨의 경우, 4세대로 전환하면 월 23만원이던 보험료가 4만6천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올해 6월까지 전환하면 정부로부터 50% 보험료 할인을 받아 2만3천원이라는 혜택도 1년간 누릴 수 있다. 대신 의료비 본인부담액은 연간 16만9천원에서 88만9천원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큰 질병이 없는 등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보험료를 가볍게 가져가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부담금을 내는 게 이득일 수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매일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통해 월 납입 보험료를 줄이고, 필요할 때 본인이 의료비를 더 부담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고령 가입자는 나이가 많은 만큼 최소 5~6% 보험료 자연 인상이 이뤄진다는 부분도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고령자여도 병원에 갈 일이 많지 않다면 보험료를 줄이는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고려해보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3세대 실손보험은 더는 신규 보험 가입자가 유입되지 않다 보니 가입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률도 올라가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손해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 사람이라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도 보장성 범위가 넓은 1~3세대 실손보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 19년차 보험설계사 구아무개씨는 “과거 큰 수술을 한 적이 있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1~3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유지하라고 권장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일부 특정 질병은 1~4세대별로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가 각각 다르므로, 해당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불임 치료를 받고 있는 부부(가입일로부터 2년 후부터)나 선천성 뇌질환 아이가 있는 가구(태아일 때 가입)는 급여 항목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4세대가 1~3세대보다 낫다. 심각한 여드름 등 피부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도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게 이득이다.
그러나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 등을 앞두고 있다면 2016년 1월 이전에 가입한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4세대로 갈아타는 것보다 유리하다.
만약 이번에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해도 6개월 안에 보험금을 타지 않으면 기존 상품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갈아타기 이후에도 실손보험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 확인해보면 좋다는 얘기다. 현재 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가 개설한 보험다모아 온라인 누리집(e-insmarket.or.kr)에서는 ‘실손의료보험 계약전환 간편 계산기’를 통해 상품 전환 시 보험료가 어떻게 달라지는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가입한 보험상품과 월 보험료, 소득분위, 연간 의료 이용량 등을 입력하면 보험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준다.
중복 가입 여부도 잘 챙겨야
올해부터는 실손보험 중복 가입에 대한 환급도 가능해진다. 본인이 가입한 개인실손보험뿐만 아니라 회사가 가입한 단체실손보험에 대해서도 개인이 중지 신청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중복으로 가입돼 있는 단체실손보험과 개인실손보험 중 하나를 중지 신청할 경우 1계약당 연평균 약 36만6천원의 보험료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령 회사(법인)가 납부한 단체실손보험료가 1계약당 연간 30만원이라면 직원이 30만원까지 환급을 받게 되는 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손보험 중복가입자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150만명이다. 이중 단체·개인 또는 단체·단체실손보험 중복가입이 약 144만명으로 96%를 차지했고, 개인·개인 중복가입은 약 6만명으로 4% 수준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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