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대외금융자산 14배↑…경제규모에 걸맞은 외환제도 마련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 충분…세이프가드 구체화해 건전성 확보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박원희 기자 = 정부가 신(新) 외환법을 추진하는 배경은 한국경제 규모에 걸맞은 외환 제도를 갖추자는 데 있다.
1999년 외국환거래법이 만들어진 이후 20여 년간 해외투자가 10배 넘게 늘고 외환거래가 활발해졌지만, 거래 절차는 복잡하고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16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은 2조1천784억달러다.
이는 1999년(1천571억달러)에 비해 13.9배 늘어난 규모다.
지분투자를 포함한 직접투자, 주식,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 대외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결과다.
해외 유학 등으로 송금도 늘면서 외환거래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는 전년(528억4천만달러)보다 10.3% 늘어난 583억1천만달러로 2008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재 외환거래의 편의성은 이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거래를 할 때 원칙적으로 사전 신고를 하도록 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 목적을 증명하는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거주자가 비거주자로부터 외화자금을 3천불 이하로 차입할 때는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하고 3천불 넘게 차입할 때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등 거래 규모, 상대방, 국경 간 자금이동 여부에 따라 신고 여부, 신고 기관 등이 달라져 일반 국민이 일일이 알고 있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사전신고 외에 현지법인의 영업환경, 향후 계획 등을 담은 사후 보고서도 매년 제출해야 하는 등 기업의 애로가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외국환거래법규를 위반한 경우가 1천408건이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가 외국환 거래 시 법상 신고·보고 의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1999년 대외거래 자유를 보장한다는 철학을 담고 외국환관리법에서 외국환거래법으로 개편했으나, 불편함이 여전한 셈이다.
과거 외화 자금이 부족해 외화를 끌어들이되 유출은 최대한 막아야 했던 필요성,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 큰 위기를 겪는 동안 생긴 대외건전성에 대한 우려 등이 외환법에 여전히 녹아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우리의 경제 수준은 물론 대외 건전성도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대외금융자산이 대외금융채무보다 많은 순대외채권국으로 돌아섰다. 더는 자본 부족 국가가 아닌 것이다.
위기 대응의 지표 중 하나인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 4천232억달러로 외환위기 전인 1996년(332억달러)보다 12.7배 늘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세계 9위 규모다.
대외채무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채무의 비중은 외환보유액 대비 1996년 211.4%에서 2021년 35.6%로 낮아지는 등 대외지급능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일반 국민과 기업의 편의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외환거래 절차를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신외환법에 외환의 급격한 유출입 등 유사시 대응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담아 국제수지의 안정도 꾀한다는 계획이다.
업권별 외국환업무 범위가 다른 점, 가상자산 등 새롭게 등장하는 자산 및 결제 수단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 등도 신외환법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에서는 용이해진 외환거래로 탈세나 자금 세탁 등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사후 보고 등을 통해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할 예정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다른 법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는 관성적인 규제 존치 입장에서 탈피해 성숙한 우리 경제 수준에 맞는 시장친화적 외환 제도를 마련하고 국민·기업의 원활한 대외거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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