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변호사회장 재선 도전 김정욱 “2년 간 변호사·국민 보호 6개 법안 발의… 광화문 변호사회관 증축할 것”
35만원짜리 변호사 전문인 보험 무료 가입
디스커버리 제도,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 등 발의 성공
지난 2021년,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 회장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당선됐다. 우리나라에 로스쿨이 처음 문을 연 지 12년 만의 일이었다.
법조계는 로스쿨 출신이 전국 최대 규모 변호사회를 이끌게 된 것을 두고 ‘시대 변화’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처음 개교했던 2009년까지만 해도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의 ‘순혈주의’가 공고했지만, 10여년 만에 전세가 뒤집힌 것이다.
‘최초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정욱(43·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가 최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재선을 위해 도전장을 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전국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법조인협회(이하 한법협)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한법협을 만들면서 젊은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대표했다면, 지난 2년 동안은 서울변회에 속한 변호사들의 권리 신장에 앞장서왔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로이어즈타워에서 김 변호사를 만나 2년 간 회장으로서 이룬 성과 및 재선에 나서는 각오를 들었다. 제97대 서울변회장 선거는 김 변호사와 윤성철(54·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의 ‘2파전’으로 치러진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서울회장으로서 2년 임기를 마쳤는데, 소회가 어떤지.
“내가 잘 못한다면 비난을 두 배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부담이 상당했다. 법조계가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처음에는 젊은 회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오랫동안 구상해온 것을 실현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도 접고 서울변회 일에 ‘올인’했다.
성과는 많이 거뒀다고 생각한다. ‘변호사 전문인 배상 책임 보험’을 도입한 것이 가장 뿌듯한 성과 중 하나다.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과실로 고객 등에게 손해 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서울변회 회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가입 가능하다. 원래 1인당 35만원이 드는 상품이기에 서울변회를 파산시킬 작정이냐며 말리는 사람이 많았고, 보험사들도 반대가 심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 작년에는 인당 9만원에 협상했고, 올해는 인당 7만원으로 비용이 더 낮아졌다. 서울변회 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운영한 것도 만족스러운 성과다. 회원 2300~2400명이 들어와있는 채팅방 2개를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채팅방 안에서 상시 직접 소통하고 교류하며 정보를 나눌 수 있어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회원들의 건의사항 등을 담은 메시지가 매일 수백개에서 많게는 1000여개씩 올라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도 사건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회원 복지를 위한 공약들을 70% 정도 달성했다.”
-주변에서 반대가 심할 때 추진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명분은 항상 내게 있다고 생각했다. 국회나 유관기관에서 내가 주장했던 것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동시에 변호사에게도 도움을 주는 정책들이다. 명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법안 발의도 많이 이끌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총 6개 법안이 발의됐다.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는 2019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 공청회를 한 뒤 2021년 발의했다(디스커버리 제도는 검사나 변호인, 피고인이 갖고 있는 증거를 상대방에게 공개해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ACP)’ 도입도 발의했다. OECD 가입 국가 중 ACP가 전혀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법적 안정성과 법조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에도 변호사 및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한 원한성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대구 참사가 전국 변호사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여성 변호사들은 특히 의뢰인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광고 제한에 대한 법안,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대한 변호사 외부감사제 도입도 발의됐다. 막대한 이권이 개입돼있는 영역인 만큼 조합 관계자들이 많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결국 국민들의 권익 보호와 공익 인권 보호에 도움이 되는 법안이다. 법안들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유관기관과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피고에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지난 2016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 1100명의 서명을 받아 박영선 전 의원을 찾아갔다.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제조물책임법에 국한돼 시범 도입됐다. 2021년부터는 일반 민사법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직 벽에 부딪히고 있는데, 확대 적용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위자료가 너무 낮다. 사람이 사망해도 위자료 한도가 1억원 밖에 안 된다. 영미권에서는 기업의 고의 중과실로 사람이 사망할 경우 수십, 수백억원의 위자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많이 대변해왔다.
“3만명이 넘는 변호사 중에 2만여명이 경력 10년 미만의 청년 변호사다. 이제 11년차가 된 나를 포함한 청년 변호사들은 기득권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변호사가 기득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법조계가 청년 변호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법협을 만들었다.”
-최근 한법협도 창립 7주년을 맞았다.
“한법협을 만들 때만 해도 기성 법조계를 중심으로 로스쿨 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너무 많았다. 실제로 로스쿨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 제도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한지 알았음에도, 그 당시엔 다들 나서지 않으려 했다.
7년 전에는 국회의원과 변호사의 99%가 사법시험의 존치를 주장했지만, 나는 나머지 1%의 가능성을 믿었고 실제로 결과를 뒤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가서 목소리를 냈고 사시 존폐를 논의하는 법사위 자문위원회에 들어가 반년 간 싸웠다. 한법협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회원들은 나와 내 후임 회장들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준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가장 힘들었을 때 앞에 나서서 총대를 멨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헌신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는 것 같다.”
-’직역수호’라는 어젠다를 법조계에 처음 던지지 않았나.
“안타깝게도 변호사들이 우리만 위해서 직역수호를 주장한다고 오해하는 시선이 있다. 변호사만 위하는 직역수호는 공감을 사기 어렵다. 국민들과 상생하고 공익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안을 내놔야만 직역수호를 주장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점이 바로 다들 무서워서 건드리지 못하던 어젠다를 여러 차례 던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20대 대선에서 양쪽 선거 캠프에 전직 공무원의 자격 취득 혜택(국세청 출신 세무사나 특허청 출신 변리사 등)을 없애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전국 수백만 명의 공무원을 적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전관예우의 근원이 되는 이런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정 사회가 현 정부의 모토 아닌가. 결국 건의한 내용이 윤석열 대통령의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취업 후 진학 청년에게 불공정하거나 청년의 경제적 조기 자립에 장애가 되는 자격 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국정과제 92번에 포함돼있다).”
-전국 지방변호사회가 실시 중인 ‘법관 평가’도 법조계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인식이 많다.
“변호사들이 매년 전국 법관들의 점수를 매기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해당 법관들에게 결과를 개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점수를 혼자만 보시고 재판 개선에 참고하시라는 취지인데, 반감이 굉장히 심하다. 고위 법관들이 직접 전화해 항의하시기도 했다.
법관이 최악의 평가를 받고도 그 사실을 모른다면 잘못된 판결을 통해 1년에 수백 명 이상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위권 점수를 받은 법관의 실명을 공개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개별 통지를 해서 법원이 떠들썩하게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사설 플랫폼’을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제도적 정비 없이 무턱대고 신기술을 도입한다면 저소득층부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플랫폼 역시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나는 5년 전부터 플랫폼 문제를 수시로 논의해왔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사회적으로 바람직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어젠다를 던졌다. 규제를 체계화·합법화해서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이 법률 시장을 장악하게 놔둬선 안 된다. 지금은 로톡과 네이버(지식인 엑스퍼트)뿐이지만 제도적 보완 없이 플랫폼에 문을 열어준다면 향후 대기업들이 줄줄이 법률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법조계의 공익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다.”
-사설 플랫폼 관련 규제를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먼저, 적어도 변호사에게 금지된 행위는 플랫폼도 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변호사들은 택시나 버스에 광고하지 못하지만, 플랫폼은 할 수 있다. 플랫폼이 변호사회의 광고 규제를 받는 게 선결돼야 한다. 플랫폼이 자기 이름으로 법률 사업을 하는 외양을 형성해서도 안 된다. 그게 가능하다면 법률 ‘브로커’가 되는 것 아닌가.”
-광화문 변호사회관 빌딩을 재건축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서울변회가 지분 60%를 보유한 건물이다. 무려 500평 대지에 있음에도 층고는 낮고 지은지 40년이나 돼 가치평가를 하면 400억원도 안 나온다. 그동안 용적률 제한이 있어 재건축이 어려웠는데, 지난 2년 간 유관기관과 열심히 협의해 용적률 제한 해제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을 검토한 시행사들도 모두 사업성이 완벽하다고 한다. 재건축에 성공한다면 서울회의 자산이 500억원~1000억원 정도 늘어나고 회원들도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서울변회 집행부에 대한 평가 결과를 봐주면 좋겠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전체의 68%에 육박했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5% 밖에 안 됐다. 많은 회원들이 우리 집행부를 이전에 없던 신선한 집행부라고 생각해주는 것 같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회원 복지에 있어서도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며, 정책 관련 공약도 끝까지 완성할 것이다. 지난 2년 간 회원들이 봐온 긍정적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향후 2년 동안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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