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애초에 실현 못할 약정금 조건…회사 잘못에도 돈 안 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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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약정금 조건을 지킬 생각 없이 투자자와 계약했더라도 애초에 그 조건이 실현되기 어려웠다면 투자자에게 약정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투자자 A씨가 전자제품 판매업을 하는 B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패소 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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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회사가 약정금 조건을 지킬 생각 없이 투자자와 계약했더라도 애초에 그 조건이 실현되기 어려웠다면 투자자에게 약정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투자자 A씨가 전자제품 판매업을 하는 B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패소 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07년 1월 B사에 1000만원을 투자하면서 'B사는 A씨에게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 시마다 수익의 10%를 A씨의 투자 원금을 포함한 5배의 금액이 될 때까지 상환한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B사 대표는 전자제품을 개발·판매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데도 제품설명회에서 유통 대리점주를 기망해 선급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약정금 소송을 냈다.
A씨는 "B사는 애초부터 정상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매출을 올릴 의사가 없었다"며 "이같은 사정은 B사가 (투자 협정상) 조건 성취를 방해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어 (민법에 의거해) 투자협정에서 정한 조건이 성취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1심은 B사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B사가 신의칙에 반해 투자 협정상 조건을 성취하지 않은 경우라고 판단해 B사가 투자금 1000만원의 5배인 5000만원 약정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1, 2심 결과가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B사가 본래부터 매출 발생이라는 조건을 성취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약정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민법상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란 사회 통념상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됐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음에도 방해행위로 인해 조건이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회사 관계자는 "B사는 제품 생산을 할 수 있는 인력이나 기본적인 베이스가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없었다"며 "회사 대표의 머릿속에는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의 구체적 의미 및 그 판단기준에 대해 설시했다"며 "방해행위가 없었을 경우 조건이 성취될 가능성이 낮은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 판례"라고 설명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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