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숨죽이자 돌아온 외국인…반도체·은행주에 1.7조원 베팅
유가증권 대형주 중심 순매수
원화 강세·中 반사 수혜 등 영향
외국인투자자 순매수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완화 기대 속에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순매수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비롯해 자동차,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연초 이후 지난 13일까지 2조7430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순매도에 나선 개인(2조6962억원), 기관(742억원)과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2조8835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177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6.7% 상승했다. 새해 첫 거래일과 이튿날까지 약세였던 코스피지수는 4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 10일 하루를 제외하고 8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미국 연준 긴축 완화 기대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잠잠해진 것이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외국인 입장에선 원화 가치가 상승(달러화 약세)할 때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야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만큼 투자 유인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반사 수혜 가능성, 국내 정책 리스크 해소 등도 외국인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수출 규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을 두고 불거진 정책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자동차를 비롯해 은행주를 중심으로 순매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연초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9194억원), SK하이닉스(3743억원), 현대차(1145억원)다. 뒤이어 POSCO홀딩스(1380억원), 하나금융지주(1016억원), KB금융(913억원), 신한지주(796억원)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월간 순매도(1조7000억원) 규모를 이미 웃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지난해까지 낙폭이 컸던 업종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낙폭과대, 1월 반등폭, 외국인 지분율 증가 상위 업종이 대체로 유사하게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주의 경우 주주환원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맞물린 것이 호재가 됐다. 금융지주들은 자본환원정책을 꾸준히 강화하는 추세고,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주주환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는 대출 수요를 끌어올려 은행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지금 같은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장기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예상에 부합한 미국 물가 등 경제지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안정적인 물가가 유지될 때 연준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이에 따른 달러화 약세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순매수를 늘려가는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연준의 의도에 어긋나는 모습이 없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미국 경제 데이터가 예상대로 나오면 수급 호재가 조금 더 기간을 두고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대비 6.5% 상승해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0.1% 하락했는데, 전월대비 CPI가 하락한 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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