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화되자 찾아온 '불청객'…노로바이러스·독감 유행주의보
'트윈데믹'으로 독감 기승…동네 병·의원 북새통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친구들이랑 석화를 먹고 난 후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은 김모씨(33·남)는 "솔직히 여름도 아니고 겨울철이어서 안심하고 해산물이랑 굴을 먹었는데 배가 아플 줄 몰랐다"며 노로바이러스로 인해 고생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병원을 찾은 윤모씨(33·여)는 독감 증상으로 인해 이른 아침에 병원을 찾았지만 대기시간이 족히 1시간 이상은 걸릴 것 같다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처럼 노로바이러스와 독감 환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의가 당부되고 있다.
16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1일 코로나19는 확진자가 2주째 감소세를 보이고 감염재생산지수(Rt)도 12주일 만에 1이하로 떨어지는 등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노로바이러스와 독감 환자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 208개 표본감시기관 집계 결과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전달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7일(1주 차) 인플루엔자(독감) 의사(의심)환자 분율도 외래 1000명당 52.5명으로 파악했다. 의사환자 분율은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4.9명의 11배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노로바이러스와 독감 유행이 지금보다 더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독감 지수도 60을 넘었다"며 "코로나19가 완화돼 외식도 많고, 해외여행도 많이 가면 올해는 노로바이러스와 독감 등의 유행 규모가 좀 더 클 수 있다. 내년, 내후년에도 (유행 규모가 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화장실 계속 들락거렸네요" 해산물 주의…'트윈데믹' 우려도
직장인 임모씨(27·여)는 "며칠 전에 친구들이랑 회랑 굴을 먹었다"며 "정말 회사에서 민망할 정도로 화장실을 계속 가서 진땀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또 "병원에 갔더니 노로바이러스 판정을 받았다"며 "약국에 약을 타러 갔더니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친구들과 신년회 자리에서 굴보쌈을 먹은 박모씨(34·남)도 "같이 먹은 4명 중 3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걸려서 지금 친구들 단톡방에서 서로 어떤지 물어보고 난리 났다"며 "한 명은 탈수 증상이 나타나서 응급실까지 갔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서울의 약국 밀집 거리에서 만난 한 약국의 약사는 "최근 설사 관련 약들이 많이 나갔다"며 "노로바이러스 관련 처방전이 최근에 굉장히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방역당국은 영·유아를 중심으로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이 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광주 한 구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2~4세 원아 14명의 집단 장염 증세는 노로바이러스 감염 때문으로 확인됐다.
노로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이 본격화되면서 동네 병‧의원과 약국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 의사는 "지난달부터 계속해서 독감 환자가 늘고 있다"며 "독감 예방 접종 대상군은 예방 접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 예방접종 하세요"…'손 씻기' 등 위생 강화해야
질병관리청은 최근 독감 유행에 대응해 무료 예방접종 대상군의 접종 참여 독려와 항바이러스제를 시장에 공급하며 대응하고 있다. 독감 인플루엔자 국가 무료 예방접종 대상군은 △생후 6개월~만 13세 이하 어린이(2009년~2022년 8월 31일 출생자) △임신부 △만 65세 이상 고령층(1957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이다. 65세 이상은 오는 31일까지, 이외 대상군은 내년 4월 말까지 접종할 수 있다.
아울러 질병관리청은 독감 유행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정부가 비축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순차적으로 시장에 공급 중이다. 정부가 비축한 항바이러스제 물량은 1292만명분이며, 겨울철 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시장 소요량을 78만7000명분을 즉시 공급하고 필요시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위생에 대한 의식이 전반적으로 약해졌다고 우려하며, '손 씻기'와 '위생 수칙' 등만 잘 실천해도 노로바이러스와 독감 감염을 많이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던 이광균 내과 전문의는 "노로바이러스는 설사, 열, 구토를 유발한다"며 "날것을 조금 피하면서 손씻기를 철저히 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식약처 등에서는 해산물 중심으로 노로바이러스 관리·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고, 일반 국민들은 손 씻기나 위생에 좀 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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