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연구, 코로나 극복으로 확인한 개방의 힘...美백악관 “오픈사이언스의 해” 선포

이병철 기자 2023. 1.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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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오픈사이언스 효과 확인
“한국도 제도 마련해 추세 따라가야”

돈을 내지 않고도 누구나 연구 결과에 접근할 수 있는 오픈액세스 트렌드 이후 공유의 개념이 더 확장된 오픈사이언스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서버와 클라우드 같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앞으로는 과학자들이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 없이 모여 함께 연구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이달 11일 “올해를 오픈사이언스의 해로 선포한다”며 “오픈사이언스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인프라를 개선하고, 대중들에게 연구 데이터와 연구 자원을 공유해 새로운 발견과 혁신을 빠르게 이끌겠다”고 밝혔다.

오픈사이언스는 단순히 과학자들 사이에서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오픈액세스를 뛰어 넘어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오픈데이터, 한정된 연구 자원을 공유하거나 민간이 연구에 참여하는 오픈협업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오픈사이언스 개념은 2014년 처음 등장했다. 2020년 국제 학술지의 비싼 구독료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오픈액세스가 주목 받았다. 이후 빅데이터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오픈데이터를 포함한 오픈사이언스의 개념이 세계 각국에 퍼졌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정책연구2팀장은 “오픈사이언스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이미 10년 전의 일”이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을 필두로 오픈사이언스를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백악관 주도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오픈사이언스를 추진하면서 주요 연구기관도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방 기관 10곳, 대학과 연구소 85곳에서 올해부터 연구 데이터, 자원,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픈사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오픈사이언스 전환(TOP)’ 프로그램을 이달 출범해 천문 우주연구에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전에도 일부 시민과학프로젝트를 통해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해왔지만, TOP는 시간의 제한 없이 모든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립보건원(NIH)는 이달 25일까지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만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든다. 이미 유전자은행을 운영하며 모든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과학자들의 개별 실험 데이터를 모두 수집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국립과학재단(NSF)는 ‘지질학 오픈사이언스 생태계’ 시스템을 만들고 데이터 공유와 함께 슈퍼컴퓨팅 리소스를 연구자들과 공유한다. 이후에는 NSF에서 지원하는 다른 분야의 연구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립해양대기청(NOAA), 에너지부, 농무부과 산하 연구소를 비롯해 10개 기관, 85개 연구소가 오픈사이언스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스페인 마드리드 슈퍼컴퓨팅센터. 최근 클라우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슈퍼컴퓨터 같은 연구자원을 함께 사용하는 오픈사이언스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있다. /centro supercomputacion madrid

미국 정부가 올해를 오픈사이언스의 해로 지정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오픈사이언스의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최광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장은 “코로나 유행 초기에 과학자들은 오픈사이언스의 개념에서 유전체 정보를 공유했고, 덕분에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은 빠르게 이뤄졌다”며 “오픈사이언스가 실제 과학, 보건, 에너지 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실제 효과를 확인한 것은 코로나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술의 발전도 오픈사이언스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 공유·활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서 슈퍼컴퓨터처럼 한정적인 연구 자원을 함께 쓸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EU)이 2018년 출범한 ‘유럽 오픈 사이언스 클라우드(EOSC)’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EOSC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터센터 같은 기관과 클라우드로 연결해 과학자들이 직접 슈퍼컴퓨터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네스코(UNESCO)가 2021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연 제41차 총회에서는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오픈사이언스 권고안이 통과됐다. /UNESCO

오픈사이언스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유네스코(UNESCO)는 지난 2021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41차 총회를 열고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오픈사이언스 권고안’을 마련했다. 최 본부장은 “유네스코의 권고안이 마련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본격적인 오픈사이언스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중”이라며 “미국 EU 같은 과학 선진국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오픈사이언스를 강조하는 만큼 당분간 오픈사이언스로의 전환 정책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최근 추세에 맞춰 오픈사이언스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연구데이터, 공공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돼 있고, 지난해에는 초고성능컴퓨팅 전문 센터를 7곳 지정해 연구자원을 공유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다만 실제 연구 현장에서 연구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문화는 뒤쳐지고 있다.

최 본부장은 “미국은 오픈사이언스 제도화를 통해 연구자들이 생산한 데이터를 반드시 외부와 공유하게 해 오픈사이언스에 활용하고 있다”며 “다만 한국은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기 쉽지 않은 만큼, 세계 추세에 따르기 위해 오픈사이언스 관련 법과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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