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1차 합격한 '수능 9등급' 쇼크…선망받던 초등교사는 옛말?
공무원과 함께 선망의 직업으로 꼽혔던 초등학교 교사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올해 입시에서 교육대학(교대)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9등급 성적으로 수도권 교대 정시 1차에 합격한 수험생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전국 10개 교대 평균 경쟁률이 1.87대 1로 전년(2.2대 1)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교대 정시 모집인원은 2047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원자는 4531명에서 3822명으로 15.6%(709명) 감소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청주교대(2.46대 1)도 지원자가 410명으로 18.7%(94명) 줄었다.
4년제 대학 초등교육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5.53대 1이었던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의 경쟁률은 올해 3.88대 1로 떨어졌다. 사범대 경쟁률(4.12대 1)은 물론 이대 전체 정시 평균 경쟁률(3.96대 1)보다 낮은 수준이다. 제주대 초등교육과(2.14대 1)와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5.02대 1)도 모두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교대 합격선은 물론 전반적인 경쟁력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난해 교대 커트라인은 서울 중위권 대학 수준"이라며 "경쟁률이 하락한 올해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수능 전 영역 9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경인교대 정시 1차에 합격해 면접을 앞두고 있다. 1차에서 1.5배수를 뽑는데, 경쟁률이 1.37대 1에 불과한 탓에 전원 합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인구감소로 대표되는 중·장기적 사회문제와 정책적인 난맥상이 초등 교사가 되기 위한 교대 진학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원수급 불균형이 초등교사의 직업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에 따르면 2020년 272만명인 초등학생 수가 2030년엔 159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근접하는 등 숫자로만 보면 공급과잉이라 감축이 불가피한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예정된 신규 초등교사 선발 규모는 3561명으로 전년(3758) 대비 5.2% 줄었다. 임용시험에 붙고도 교편을 잡지 못하는 임용절벽도 현실화되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서울 지역 초등교사 임용 발령 대기기간이 평균 1년4개월에 달한다. 올해 입시에서 반도체공학과 등 취직이 보장된 주요대학 계약학과의 경쟁률이 크게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교대 기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현장에선 역량 있는 교사 수혈이 시급하단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책임교육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책들이 교원 업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단 이유에서다. 당장 정부가 저녁 8시까지 초등돌봄을 보장하는 늘봄학교가 대표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현재 교사는 행정업무로 교육활동 침해를 받고, 경제논리에 매몰된 교원수급으로 과밀학급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교육당국이 초등교원 전문성 강화를 위한 해법으로 교대 중심의 교원수급 시스템 변화를 꾀하는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을 제시하면서 교대 경쟁력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단 평가다. 교육부는 "교전원이 교대·사대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교대 재학생들은 사실상 정원감축을 위한 초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해 오랜 기간동안 바뀌지 않았던 교대 커리큘럼을 교육 현장에 맞게 개편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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