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흔들리는 컬리, 다시 생각할 때다

연희진 기자 2023. 1. 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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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다.

컬리는 새벽배송의 시초, 시장의 개척자로 불린다.

컬리가 개척한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 SSG닷컴 등이 뛰어들며 빠르게 커졌지만 한계가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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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유통 시장에서는 일찍 일어났지만 아직 벌레를 잡지 못한 새가 있다.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최근 한국거래소(코스피)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컬리의 상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컬리의 정체성과 경쟁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컬리의 정체성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다. 새벽배송은 전날 밤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새벽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컬리는 새벽배송의 시초, 시장의 개척자로 불린다. 지금 그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컬리가 개척한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 SSG닷컴 등이 뛰어들며 빠르게 커졌지만 한계가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먼저 시장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원 ▲2021년 4조1000억원 ▲2022년 9조원 ▲2023년 11조9000억원(예상) 등으로 추산된다.

이커머스 시장 중에서도 새벽배송은 '나눠먹기'가 어려운 곳이다.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계속 새벽배송을 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와 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벽배송은 아직 '돈'이 안 되는 사업이다. 임차료,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컬리는 지난해 2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쿠팡이나 SSG닷컴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컬리와는 다르다. 쿠팡은 미국 상장에 성공했고 SSG닷컴은 이마트라는 대기업이라는 '기댈 곳'이 있다.

컬리의 경쟁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성고객이다. 최근 컬리는 뷰티 플랫폼 '뷰티컬리'를 론칭하면서 한 차례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다. 일부 명품 화장품을 병행수입 제품으로 팔면서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선보였기 때문이다.

컬리는 뷰티컬리를 론칭하면서 명품 화장품이 입점했다고 홍보했다. 타 채널보다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으로 고객을 불러 모았다. 구찌 뷰티의 립스틱은 2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상세정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식 통관 절차를 통과한 병행수입 정품"이라는 문구가 있다.

뷰티컬리는 현재 에르메스와 구찌의 뷰티 상품을 병행수입으로 판매하고 있다. 병행수입은 국내외 판매자가 해당 브랜드와 계약을 맺은 업체를 통해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 물건을 확보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100% 정품인지 확인이 어렵다. 컬리가 병행수입 제품이라는 점을 상세정보에 작은 글씨로 써놓은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이번 상장 연기에 대해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컬리의 경쟁력과 정체성이 흔들리며 한때 4조원으로 평가됐던 기업가치를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입을 모은다.

최근 지하철 광고에서 배달의민족 B마트 광고를 봤다.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려"라는 문구로 시선을 끌었다. 배달의민족 외에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뛰어든 1시간 이내 즉시배송이라는 시장이 커지고 있다. '분 단위' 배송 전쟁으로 넘어가는 지금, 새벽배송은 꼭 필요할까. 상장을 통해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컬리는 지속가능할까. 컬리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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