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상한 엄마'가 돼주겠다는 서울시…엄마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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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딸 아이와 함께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뮤지컬 한 편을 봤다.
출근한 엄마가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열이 나 조퇴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다 우연히 하늘에 있는 선녀 할머니와 연결, 선녀 할머니가 엄마를 대신해 아이 호호를 돌봐주는 내용이다.
서울시도 새해 아픈 아이를 전담으로 돌봐주는 '이상한 엄마'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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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부모 원하는 건 유연한 근무환경…정부도 나서야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새해 첫날, 딸 아이와 함께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뮤지컬 한 편을 봤다. 출근한 엄마가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열이 나 조퇴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다 우연히 하늘에 있는 선녀 할머니와 연결, 선녀 할머니가 엄마를 대신해 아이 호호를 돌봐주는 내용이다. 백희나 작가의 책 '이상한 엄마'를 뮤지컬로 만든 것인데, 이미 책을 여러 번 읽은 딸 아이는 이날 뮤지컬도 흥미롭게 관람했다.
회사에서 쏟아지는 업무 지시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 집으로 간 선녀는 하루 동안 호호를 정성껏 보살폈다.
서울시도 새해 아픈 아이를 전담으로 돌봐주는 '이상한 엄마'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만 12세 이하 아동이 복통 등 비전염성 단순 질병으로 갑자기 아프거나 예방접종, 정기검진 등을 위해 병원 내원이 필요한 경우 아픈아이 전담 돌보미를 신청하면 병원 동행과 진료, 진료비 수납, 약 구매, 가정 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 일환으로 틈새 보육을 메꾸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 아빠들이 자주 이용할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는데 타인에게 마음놓고 맡길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서울시가 돌보미의 자질 등을 검증하겠지만, 아픈 아이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돌보미에게 맡겨놓고 일에 집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이가 아플 때조차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 부모 마음은 너무나 서글프다.
아이 입장에서도 가뜩이나 아파 서러운데 낯선 사람과 함께 병원을 가고 돌봄을 받는 것은 불안감만 가중시킬 수 있다.
부모들이 정작 원하는 것은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하면 회사에서 눈치보지 않고 조퇴를 하거나 돌봄 휴가를 쓸 수 있는 근무 환경이다.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많은 부모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 또래 부모는 서울시의 아픈아이 전담 돌봄 서비스 내용을 접한 뒤 "부모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이에게 갈 수 있도록 택시비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서울시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엄마아빠와 아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직장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뮤지컬 주인공인 아픈 아이 '호호'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은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 가서 숨바꼭질하는 것'이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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