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성태 출국 후 '곳간' 모인 돈…도피 자금 마련했나

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2023. 1. 1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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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회장 해외 출국 2개월 뒤
쌍방울 계열사 '수상한 자금' 포착
김성태 '곳간' 조합에 20억원 대여
실소유 지주사에도 225억원 넘어가
검찰 안팎 도피 후 '비자금 조성' 의혹
쌍방울 측 "비자금 주장은 어불성설"
지난 10일(한국시간) 태국 현지 경찰에 의해 검거될 당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왼쪽)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독자 제공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해 해외로 도피한 이후부터 쌍방울 계열사를 중심으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 최소 100억원대의 돈이 김 전 회장 측으로 흘러갔는데, 쌍방울 안팎에서는 해당 금원이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인물을 구속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국내에 송환되는 대로 강도 높은 수사로 검은돈의 행방을 쫓을 계획이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해외로 도피한지 2개월쯤 뒤인 지난해 8월 4일 쌍방울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는 회장품 회사 제이준코스메틱의 주식 13.99%를 취득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영권 이전을 동반한 주식 양수였다. 당시 아이오케이도 제이준코스메틱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적시했다.

연합뉴스


쌍방울의 손에 들어온 제이준코스메틱은 그로부터 불과 20일만에 외부 금전 대여를 결정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아이오케이가 인수하자마자 제이준코스메틱 이사회는 제우스1호 투자조합에 약 20억원을 대여하는 것으로 결의했다"며 "자금을 빼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제이준코스메틱 대표이사는 손모씨로, 쌍방울그룹 비서실장이었다. 손씨는 아이오케이가 제이준코스메틱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열흘 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후 이사회에 참석해 제이준코스메틱의 금전 대여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리고선 12일 만에 다시 대표이사에서 자진 사임하고 물러났다. 금전 대여 안건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손씨인 셈이다.

제이준코스메틱으로부터 약 20억원을 빌려갔다는 제우스1호 투자조합은 김성태 전 회장의 비자금 창고로 지목된 곳이다. 조합 초기에는 리스크 헷지(회피) 차원에서 쌍방울 직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며 전환사채(CB)를 나눠준 일종의 우리사주 개념이었지만, 이후 지분을 차츰 거둬들이면서 김 전 회장 본인과 측근의 곳간처럼 이용됐다고 한다.

실제 최근 공판 과정에서도 김성태 전 회장이 실소유주라고 기재된 제우스1호 투자조합의 조합원 명부가 증거로 공개됐다. 앞서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경우 제우스1호 투자조합에 측근의 이름을 올리는 방식으로 쌍방울 계열사 지분을 차명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쌍방울그룹 측은 "제이준코스메틱은 (제우스1호 투자조합의) 금전 대여 요청에 따라 이를 진행했다"며 일각의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자 포함 대여금은 모수 회수됐다. 이미 이자를 포함해 대여금이 모두 반납된 만큼 비자금 조성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금전 대여의 구체적인 이유나 용처, 반납한 자금의 원천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제이준코스메틱의 자금 지원은 제우스1호 투자조합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말 제이준코스메틱은 칼라스홀딩스로부터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의 주식 1443만여주를 225억원에 양수했다. 칼라스홀딩스가 보유한 광림 주식 전량이었다. 주식 양도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구속된 이튿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칼라스홀딩스는 쌍방울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최정점에 있는 지주사였다. 양선길 쌍방울 회장 등 4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지만, 김성태 전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한 관계자는 "(양선길 회장 등 4명의 지분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지분 구조일 뿐 칼라스홀딩스는 사실상 김 전 회장 개인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칼라스홀딩스는 제이준코스메틱에서 받은 225억원 가운데 100억원은 저출은행 대출금 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나머지 125억원의 행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쌍방울 안팎에서는 제이준코스메틱이 제우스1호 투자조합에 대여한 돈과, 칼라스홀딩스가 지분을 팔아 남긴 125억원이 모두 김성태 전 회장의 해외 도피 자금 등 개인용도로 쓰였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연합뉴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성태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한 이후인 지난해 7월말에서 8월초쯤 쌍방울 간부들이 태국으로 넘어가 함께 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회의에서 쌍방울 자금을 옮겨 담을 '김성태의 마지막 작품'으로 제이준코스메틱을 선정했다는 소문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 측은 "칼라스홀딩스는 현재 쌍방울의 관계사가 아닌 만큼 자금 집행 사항을 알 수 없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3일 제이준코스메틱 전직 대표 손씨를 김성태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그보다 며칠 앞서 태국 현지에서 체포된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은 이르면 이번주 국내 송환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해외 도피 자금을 비롯해 쌍방울그룹을 둘러싼 검은돈의 행방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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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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