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다던 버스는 내팽개치고…돈만 챙기더니 ‘하차’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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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여름, 한 버스회사에 대한 소식이 두 도시에서 전해졌다.
50여년 부산 토종기업이었던 자일대우버스는 부지가 오래된 주택가에 걸쳐 있어 매우 협소하고 주행시험장이 없었으며, 공장과 출고장의 거리가 상당한 관계로 두 공장과 출고장을 통합하기 위해 2006년 울산에 공장, 출고장, 주행시험장을 준공해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오랫동안 매각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며 단호했던 부산시는 대우버스가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시행사 변경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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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여름, 한 버스회사에 대한 소식이 두 도시에서 전해졌다. “울산 버스산업 중심지 부상, 9500개 일자리 창출 기대”, “대우버스, 부산 기장에 자체 산업단지 개발”. 쏟아진 기사만큼 울산과 부산의 장밋빛 꿈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한 버스회사는 자일대우버스로, 모태는 1955년 설립된 신진공업사다. 1978년 대우그룹이 인수해 ‘전포동 대우자동차’로 명성을 떨치기도 한 국내 최초 버스제조 업체다. 2000년 대우그룹이 파산한 뒤, 2002년 영안모자그룹이 버스 부문을 인수했다.
50여년 부산 토종기업이었던 자일대우버스는 부지가 오래된 주택가에 걸쳐 있어 매우 협소하고 주행시험장이 없었으며, 공장과 출고장의 거리가 상당한 관계로 두 공장과 출고장을 통합하기 위해 2006년 울산에 공장, 출고장, 주행시험장을 준공해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울산시는 10년간 공장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땅을 조성원가에 분양했고 현금 20억원까지 보조했다. 부산시는 떠난 자일대우버스를 붙잡기 위해 기장군에 31만㎡ 산업단지 부지를 ‘기장대우일반산업단지’란 이름으로 내주기도 했다. 그렇게 13년이 지났다. 울산 공장에는 두번째 폐업 안내문이 붙었고 부산 기장 대우산단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두 도시의 꿈을 가로막은 건 대우버스의 ‘의지 없음’이었다.
10여년 동안 자일대우버스는 국외에 생산 공장을 만들어 판매법인, 지식재산권 등 알짜배기 부분을 관계사인 자일상용차로 넘겼다. 새로운 기술이나 회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전무했다. 지난해엔 베트남에서 만든 버스를 한국으로 역수입했고 위장 폐업 신고를 한 뒤 울산 공장에 남겨진 장비들을 국외로 빼돌리려다 노동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울산시는 보조금 20억원 반환 소송을 준비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지부진하게 끌던 부산 산업단지는 지난해 겨우 부지 조성을 마쳤지만, 올해 초 한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됐다. 오랫동안 매각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며 단호했던 부산시는 대우버스가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시행사 변경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부지 매각으로 자일대우버스가 가져가게 될 이익은 약 800억원이 예상된다.
2022년 12월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자일대우버스가 경영 악화를 주장하며 노동자 270여명을 해고한 것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과 미지급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사쪽은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노사가 함께 기업을 성장시키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 채 약속을 저버리는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제재도 없는 현실에 애꿎은 노동자만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2023년 새해에 일어나는 일이다.
2023년 1월 16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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