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거가대교 ‘강도다리’ 오명 씻으려면

김광동 2023. 1. 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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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과 경남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거가대교를 건널 때는 상소리가 절로 난다.

8.2㎞(침매터널 3.7㎞ 포함)에 불과한 짧은 거리인데도 소형차(승용차)는 1만원, 중형차는 1만5000원을 통행료로 내야 한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이런 거가대교 통행료를 올 1월부터 소형차와 중형차를 대상으로 휴일에 20% 깎아주는 할인제에 들어갔다.

거가대교는 부산시와 경남도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2011년 1월 개통했는데, 애초부터 비싼 통행료가 예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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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과 경남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거가대교를 건널 때는 상소리가 절로 난다. 8.2㎞(침매터널 3.7㎞ 포함)에 불과한 짧은 거리인데도 소형차(승용차)는 1만원, 중형차는 1만5000원을 통행료로 내야 한다. 되돌아올 때도 똑같은 요금을 받는다. 이쯤 되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다’는 사람도 육두문자를 뱉기 마련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이런 거가대교 통행료를 올 1월부터 소형차와 중형차를 대상으로 휴일에 20% 깎아주는 할인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토·일요일과 공휴일에 소형차는 1만원에서 8000원, 중형차는 1만5000원에서 1만2000원이 됐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할인제가 적용돼 승용차 통행료가 8000원으로 낮아진다 해도 1㎞당 975.6원인 셈인데, 국가 재정고속도로인 경부·호남·영동고속도로의 48.2∼51.9원과 견줘 턱없이 높기 때문이다. 민자고속도로인 신대구부산고속도로(60.6원), 서울춘천고속도로(66.7원)에 비해서도 10배 이상 높다. 이 때문에 거가대교는 ‘강도(强盜)다리’라는 오명이 붙었다.

거가대교는 부산시와 경남도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2011년 1월 개통했는데, 애초부터 비싼 통행료가 예견됐다. 국방부가 군사 보안을 이유로 설계 변경을 요구, 일부 구간이 교량 대신 침매터널로 바뀌면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하지만 정부는 전체 사업비의 9% 정도만 ‘찔끔’ 부담했다. 민간 사업자의 사업비 부담 비율은 무려 69%에 달하며, 나머지는 부산시와 경남도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거가대교는 개통 이후 부산시와 경남도가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수익을 보전해주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통행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애초 거가대교는 농업·조선업 등 주요 산업의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관광산업 발전을 촉진해 국가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초광역 기간시설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비싼 통행료 탓에 이용자가 늘지 않으면서 이런 기대는 점점 퇴색하는 듯하다.

부산과 경남에서는 거가대교를 지방도가 아닌 국도로 승격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지방도에서 국도로 바뀌게 되면 국가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통행료 인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에 이런 내용을 공식 건의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만 일관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국가 기간시설인 거가대교가 ‘강도다리’라는 오명을 벗고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책임 있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광동 (전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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