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농협체인본부 시대] ‘선순환구조’ 로 유통혁신 엔진 가동
복잡했던 사업구조 단순화
역량 한데 모아 효율성 제고
산지 투자 확대해 경쟁력↑
계통이용 활성화로 수익↑
‘열매’는 지역농협에 재투입
농협경제지주가 한국형 농협체인본부 추진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 한국 농업·농촌이 직면한 대내외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산지농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농협경제지주 경제사업에 대한 계통 이용률을 높여 선순환 구조를 구축, 유통혁신을 완수한다는 구상이다.
◆추진 배경은=농협경제지주가 한국형 농협체인본부 추진을 통해 유통혁신을 완수하려는 데는 현재 한국 농업이 처한 대내외적 위기 요인이 배경이 됐다.
농협경제지주는 2012년 설립 후 지역농협이 출하한 농산물을 판매해주는 책임판매 구현을 목표로 경제사업 활성화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2021년까지 10년간 3조929억원을 투자, 책임판매 비율이 2011년 10.5%에서 2021년 35.4%로 3.4배 늘어나는 비약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또 공영홈쇼핑·농우바이오 등 법인 지분투자를 통해 경제사업의 외형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농업경제사업량 또한 2011년 17조5000억원에서 2021년 23조8000억원으로 36% 증가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에도 농협경제지주는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농산물 소비 감소,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증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한국 농업·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돼 농협 경제사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인구가 감소할 경우 2040년에는 1179개의 읍·면·동이 소멸한다. 이에 따라 조합원수도 2040년 79만명으로 2021년 농가인구수의 36% 수준으로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범농협 차원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경제사업 운영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농업·농촌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게 농협경제지주의 진단이다.
◆농협경제지주 사업 현황은=농협경제지주는 본체와 자회사·지역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본체가 구매·도매·지원·정책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자회사가 농민·소비자를 대상으로 영농자재 공급, 농식품 판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지역본부·직할사업장·연합사업단 등 지역조직은 시·군지부와 협력해 지방자치단체 협력사업 등을 추진한다.
농협경제지주는 사업 현황을 분석하고자 지난해 5∼7월 ‘한국형 농협체인본부 태스크포스(TF)’와 외부업체를 통해 농업경제사업 진단 컨설팅을 실시했다. 분석 대상은 농협경제지주 본체가 주관하는 61개 사업으로 품목본부 18개, 자재본부 11개, 도매본부 18개, 소매본부 14개 등이다.
분석 결과 농업경제사업의 유형은 직접사업·지원사업·정책사업 등으로 분류됐다. 직접사업의 비중(29개)이 가장 높았고 지원사업(19개), 정책사업(13개) 순이었다.
이 가운데 2021년도 기준 흑자를 낸 사업은 전체 61개 가운데 19개에 불과했고, 지원사업과 정책사업은 32개 가운데 30개가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지원·정책 사업의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직접사업의 이익이 증가해야 지역농협 지원도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같은 다양한 직접·지원·정책 사업이 일관된 경로 없이 여러 자회사와 지역조직에서 진행되고 있어 사업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시너지가 분산된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한국형 농협체인본부 추진 계획은=한국형 농협체인본부는 이처럼 주체별 다양한 형태로 분산·진행되는 농협경제지주의 사업을 일관된 경로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 효율성을 높이고, 농협경제지주와 지역농협간 계통 이용률을 끌어올려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농협경제지주가 산지에 대한 시설·조직·인력 지원을 대폭 확대해 지역농협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농협이 자회사 등의 경제사업을 적극 이용해 수익성이 높아지면 농협경제지주는 이를 다시 지역농협에 재투자하는 것이 한국형 농협체인본부의 기본적인 밑그림이다.
한국형 농협체인본부가 시행되면 농협경제지주의 각 조직은 역할을 분담해 수행하게 된다. 본체는 구매·판매 사업의 컨트롤타워로서 자회사와 지역조직의 중복된 기능을 배제해 운영 효율화를 도모하고, 자회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품·용역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지역조직은 시·도 정책사업에 참여하고 지역농협 지원에 집중하며, 지역농협은 계통이용을 통해 경제사업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농협경제지주는 한국형 농협체인본부 7대 추진전략을 세우고 구체적인 이행과제(69개)를 선정, 이를 사업계획과 조직개편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농업경제대표가 주관하는 ‘한국형 체인본부 추진위원회’를 3월 구성해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위원으로는 본체·자회사·지역본부·지역농협 임원 24명이 참여한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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