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강고집 수박’ 외길…“자가 육묘 통해 고품질로 승부”
매일 영농일지 쓰며 공부 매진
모종 1만4000포기 직접 키워
프리미엄 수박 최고 몸값 자랑
재배 까다롭지만 고당도 장점
온라인직거래 단골·매출 쑥쑥
“흑피수박은 일반 수박과 재배법에서 차이가 많고 까다로운 편이지만 제대로만 농사지으면 ‘고품질’과 ‘소비자 만족’이라는 달콤한 결실로 보답하기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에서 30년째 고집스레 수박 외길을 걷는 강연기씨(59). 1만700㎡(3236평) 규모의 시설하우스 13동에서 수박을 키운다. 그는 강연기라는 이름보다 고품질·고당도 프리미엄 수박인 ‘강고집 수박’으로 더 유명하다. 그가 키운 수박은 한통당 4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직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 가운데 흑피수박은 7㎏ 기준 최고 5만원에 팔릴 정도로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수박농사가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기술력이 부족했던 초기에는 서울 가락시장에 수박을 올려보내면 말하기조차 민망한 가격을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는 강고집이란 별명답게 고집스레 버텼다. 지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20여년 동안 매일 빽빽하게 쓴 영농일지가 그의 노력을 대변한다. 탄탄히 자리 잡은 지금도 강씨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해도 시험 재배를 거르지 않습니다. 매년 일정 공간을 할애해 신품종을 테스트하는 거죠. 지금은 농장이 순항하고 있지만 안주하게 되면 위기에 대응할 힘도 약해지기 마련이에요. 농사를 짓는 한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영농일지도 ‘저와의 약속’ 같은 거예요.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꼭 기록한 다음에야 잠자리에 듭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그는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흑피수박을 매년 안정적으로 생산한다. 여러 비결 가운데에서도 핵심은 ‘자가 육묘’다. 대다수 농가가 육묘장에서 모종을 사서 쓰지만 그는 ‘건강한 모종에서 고품질 수박이 생산된다’는 믿음 아래 직접 키운 우량 모종만을 고집한다. 해마다 파종부터 접묘까지 직접 하면서 만드는 모종이 1만4000포기에 달한다.
강씨는 <조생흑미> 품종에 참박 대목만 쓴다. <조생흑미>는 당도가 높아 맛이 좋은 대신 관리가 까다롭고, 참박 대목 또한 고유 향과 식감이 좋지만 토양이 건강해야만 쓸 수 있다. 대부분 농가는 시듦병에 강한 호박 대목을 쓴다. 부인 남미숙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 농장 흑피수박은 까탈스럽기가 중2병에 걸린 사춘기 학생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순이 가늘고 여려 조심스러운 것은 물론 어린 수박 과피도 연해 생채기가 생기기 쉬운 탓에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습니다. 반면에 그만큼 고품질·고당도라는 장점도 확실해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품종이죠.”
자가 육묘는 생산비 절감이라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직접 모종을 키우면 사는 것보다 비용이 30%가량 절감된다고 한다.
그는 판매 방식도 차별화했다. 수확 전 밭에 심긴 상태로 작물 전체를 사고파는 포전매매에서 벗어나 일찌감치 서울 가락시장, 현대백화점, 과일 전문점에 직접 출하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2021년부터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해 온라인 판매도 본격화했다. 아내가 농업기술센터의 e-비즈니스 교육을 들은 게 직접적인 계기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에 많게는 100개가 넘는 택배를 전국 각지로 발송했는데, 물량이 부족해 못 팔 정도로 고객 호응이 컸다. 아내가 블로그·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고객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은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이 향상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높은 수취값과 재구매율을 밑거름 삼아 강고집 농장은 지난해 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 직거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소비자와 농가가 소통하며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인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많은데, ‘선물하고 이렇게 많은 감사 인사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는 반응을 보고 정말 뿌듯했죠. 선물한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재구매하는 덕에 단골이 쑥쑥 늘고 있어요.”
이런 오랜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엔 새농민상, 2021년엔 경남도의 ‘자랑스러운 농업인’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대산수박생산자협의회장을 맡아 이웃 농가의 영농 의욕도 끌어올리고 있는 그는 앞으로 농민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농업기술 명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나아가 자신의 성공 노하우와 재배 기술을 공유하며 주변과 적극 상생하고 농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강씨는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기술을 갈고닦으며 혁신을 도모하면 희망은 분명히 있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더 많은 농가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미래를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안=최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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