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평원 “선임직 늘려 전문성 강화”…업계 “정부 입김 세질 뿐”

박하늘 2023. 1.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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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진 구성 개편안 ‘논란’
생산단체장 당연직 비중 축소
분야별위원회 통한 선정 방침
“직접적 이해당사자 참여 보장”
“정책 효율적 집행 필요” 대립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이사진 개편 방안이 알려지면서 축산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축산물품질평가원 본원 전경.

축산물품질평가원(원장 박병홍)이 대한한돈협회장 등 생산자단체장을 당연직 이사에서 제외하고 분야별 선임직 이사 정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사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생산자단체장을 제외하는 방안을 두고 축산업계 안팎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축평원이 추진하는 이사회 구성 개편 방향은 생산부문 당연직 이사의 비중을 크게 축소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현재 축평원 이사 정원은 15명으로 의장(축평원장)을 제외한 14명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7명이 생산자 관련 단체장으로 구성됐다. 전국한우협회장, 대한한돈협회장, 한국낙농육우협회장,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 한국종축개량협회장,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 축산기업중앙회장이 모두 당연직 이사다. 축평원은 당연직 이사 비중을 유사 공공기관(임직원 400명 이상의 위탁집행형) 평균 수준인 1.5명 내외로 축소하고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공직자만 당연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축평원 이사회에서 당연직 비중이 크고 이 가운데 생산과 관련한 단체장들이 대거 포함된 건 조직의 태동과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소·돼지·가금 산물 등을 출하할 때 등급을 매기는 축산물등급판정 사업은 축평원의 주요 사업인데 해당 업무는 한국종축개량협회가 1989년 4월에 등급판정사업을 수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93년 8월 축평원의 전신인 축산물등급판정소가 설치되고, 해당 사업은 당시 축협중앙회로 이관(1994년 12월)됐다가 2001년에 이르러 독립 법인으로 설립됐다. 축산물등급판정소는 2007년 공기업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됐고, 2010년 현재의 축평원으로 출범됐다. 현 축평원으로 발전하기까지 관련 단체들이 깊이 관여·기여했다는 게 단체 입장이다.

또한 현 축평원이 벌이는 주요 사업인 등급판정사업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자 비중이 큰 한우·육우·돼지 부문 생산자단체장이 당연직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생산자 측 주장이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축평원은 애초에 축산물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조직인데 사업영역이 확장됐다고 해서 기존 생산자단체 이사들을 당연직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축산업계가 이번 이사진 구성 개편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축평원이 정부 입맛대로 움직이는 규제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평원이 추진하는 모돈이력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양돈업계 한 관계자는 “모돈이력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로 양돈업계가 반대하는 정책인데, 이미 축평원은 축산물이력제를 바탕으로 제도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이사회가 개편되면 이런 시도를 견제하는 장치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사회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선임직 이사는 “축평원 기관의 본원적 역할에 맞는 이사 구성과 비율 조정이 필요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축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가금업계 한 관계자는 “소·돼지 축종의 생산자단체장은 이사회에 포함됐는데 가금 쪽에선 이사가 한 명도 없다”면서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축평원은 과거엔 민간법인이었지만 지금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거듭난 만큼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이사회 구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이사회 인원은 15명으로 제한되는데 현재 이사회는 최대 정원을 채워 선임직 이사를 늘리려면 당연직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병홍 축평원장은 “국내산 축산물 경쟁력을 높이려면 생산부문의 품질 향상뿐만 아니라 유통·소비·디지털·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다른 분야의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면서 “분야별 위원회를 구성해 위원회별로 선임직 이사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축평원은 이르면 1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지만 기존 생산자 측 이사들이 지속적으로 반대하면 의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축평원 정관에 따라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축평원장은 재적이사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축평원은 축산물등급판정 사업과 소·돼지·가금 산물 등의 이력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축산물이력제를 주요 사업으로 운영했다. 매년 축산물 유통 비용과 경로를 조사해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유통 통계자료를 수집·제공하는 축산물유통정보조사 사업도 병행한다. 임직원수는 476명이다.

축평원과 같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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