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원·제주 지하조직, 北 김명성에게 지령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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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단 혐의 지하조직 사건을 수사하는 방첩 당국이 경남 창원·진주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제주의 ‘ㅎㄱㅎ’이 모두 북한 대남공작 조직인 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김명성에게 지령을 받았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방첩 당국은 북한이 공작원 한 명을 통해 서로 다른 지역에 두 지하조직을 차례로 구축하고 연계 활동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 수사를 확대 중이라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방산 업체가 밀집한 창원·진주에 거점을 두고 있는 ‘자주통일 민중전위’는 2016년부터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북한 공작원 김명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 통합진보당 계열인 진보당의 제주도당 위원장 출신 강모씨가 주축이 된 ‘ㅎㄱㅎ’도 2017년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김명성과 접촉했다고 한다. 이후 두 지하조직이 김명성으로부터 ‘반미 투쟁’ ‘민노총 등 침투·장악 및 세력 확대’ ‘윤석열 규탄’ 등의 지령을 받으면서 활동했다는 단서를 방첩 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공작원 김명성이 소속한 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은 북한 정권 초기부터 대외연락부, 사회문화부, 225국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간첩 남파 등 대남 공작 임무를 수행해 왔다.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도 2017년부터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조모씨와 이모씨로부터 지령을 받으며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방첩 당국은 북한 문화교류국이 장기간 계획에 따라 ‘자주통일 민중전위’ ‘ㅎㄱㅎ’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등 지하조직을 전국 각지에서 운영했다고 의심하면서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개 이상의 간첩 조직을 가동할 때 조직 간에 서로 알지 못하게 하면서 상부에서 각각 지휘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방첩 당국은 북한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혐의가 있는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ㅎㄱㅎ’ 등을 수년간 추적 수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자주통일 민중전위’ 조직원들이 적발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단서가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원들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 조직)가 적발된 건 보안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키면 USB(휴대용 정보 저장 장치)를 부수고 삼켜라” 등의 말을 서로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언급한 ‘RO’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주축이 돼 지하 혁명 조직을 꾸린 뒤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활동을 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 전 의원은 2015년 1월 징역 9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 형기 만료 1년 5개월을 앞두고 가석방됐다. 다만 방첩 당국은 ‘자주통일 민중전위’가 주사파 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주축이 된 이석기 전 의원 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자주통일 민중전위’는 주로 창원·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세력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방첩 당국은 보고 있다. 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에 침투해 사람을 포섭하고, 젊은 세대 교육도 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이행했다고 한다. ‘자주통일 민중전위’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세력을 넓히려 한 정황도 방첩 당국이 추적 중이다. 제주의 ‘ㅎㄱㅎ’ 역시 북한으로부터 민노총 산하 제주 4·3통일위원회 장악 등의 지령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방첩 당국은 ‘자주통일 민중전위’ 활동을 한 경남진보연합 소속 A씨, 통일촌 회원들 등 5명을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ㅎㄱㅎ’에서 활동한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출신 강모씨 등 3명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방첩 당국은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ㅎㄱㅎ’이 모두 북측에서 지령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정황도 잡고 이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 대상자들은 연령대가 주로 50~60대이며, 지금까지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첩 당국은 ‘북한 지령문’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 등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ㅎㄱㅎ’이 수사망을 피하려고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e)’ 등을 활용해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고, 이행 사항을 북한에 보고한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ㅎㄱㅎ’의 활동과 수사 대응 방식은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와 공통점이 많다. 충북동지회도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으면서 스테가노그래피를 사용했고, 방첩 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방첩 당국은 ‘자주통일 민중전위’ ‘ㅎㄱㅎ’ 관련자들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인 뒤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자주통일 민중전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ㅎㄱㅎ’ 사건은 제주지검이 각각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두 사건을 통합 지휘할 가능성도 있다.
[바로잡습니다]
본지 1월 16일자 A10면 <창원 지하조직원들 “들키면 USB 부숴 삼켜라”> 기사에서 ‘RO’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주축이 돼 지하혁명 조직을 꾸린 뒤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위반 활동을 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는데, 사실 확인 결과,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하혁명조직 ‘RO’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확정 판결하였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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