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영원한 한국사위 호건 주지사의 한국 사랑

권세중 2023. 1.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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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세중 미국 워싱턴 총영사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지사가 1월 13일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주정부 청사를 떠났다. 메릴랜드주에서 주지사로 출마하겠다고 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에서 공화당 주지사로 당선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호건 주지사는 특유의 뚝심과 비전으로 정치적인 편견과 역경을 극복하고 당선되었고, 재선에 성공하여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냈다. 금년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퇴임하는 주지사의 지지도는 74%에 육박할 정도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민주당원의 지지도가 78%로 공화당원보다 오히려 높을 정도이다.

한국사위로 유명한 호건 주지사는 2015년 취임한 이래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홍보하고 긴밀한 유대관계를 만들어 온 친한 인사이다. 호건 주지사의 태권도와 김치 사랑은 남다르다. 2016년 4월 5일 메릴랜드 태권도의 날을 선포하고 매년 태권도대회를 개최해 왔다. 호건 주지사는 국기원으로부터 태권도 명예 9단증을 받고 격파 시범까지 보였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창궐한 2020년 4월 영원한 우정 작전(Operation Enduring Friendship)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면서까지 한국산 진단키트를 도입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호건 주지사는 여러차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였으며 작년 9월 방한 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우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우리 테크 기업들의 메릴랜드 진출을 위해 협력 약정도 체결했다. 서울에는 한국과의 통상을 강화하고자 메릴랜드주 사무소를 개소했다.

한인상권의 성장과 활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남다르다. 2016년 12월에 한국인들의 상업 중심지인 엘리콧 시티를 관통하는 5마일 가량의 40번 도로를 코리안웨이로 지정한 데 이어, 2021년 10월에는 코리안 웨이 양쪽으로 한국 전통의 궁중양식으로 기와지붕 장식을 한 기둥을 세워 코리아타운 발족을 지원했다. 유미호건 여사가 코리아타운 건립 명예위원장을 맡아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뒤에서 반전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음은 물론이다. 작년 7월 워싱턴 시내 내셔널 몰 링컨 기념관 인근에 새 단장을 한 한국전 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해 25만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업적을 기려 우리 정부는 작년 초에 호건 주지사에게 수교훈장 광화장을 수여했다.

호건 주지사의 또 다른 업적은 취임 이래 매년 1월 13일을 미주한인의 날로 선포하고 한인 지도자를 초청하여 기념식을 해온 데 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호건 주지사는 미주한인의 날 선포문을 액자에 담아 1월 5일 워싱턴총영사에게 전달했다. 1903년 102명의 한인들이 하와이에 사탕수수 노동자로 이민을 온 이래 다방면에서 성장한 한인 디아스포라의 존엄과 가치를 기념하는 의미있는 표식이다. 기념식에서 호건 주지사는 상기된 표정으로 자랑스러운 한국 사위로서 한국 정부에게 깊은 감사를 표명했다. 관저를 떠날 때 그동안 사용해 온 김치냉장고를 가져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래리 호건 주지사의 부인인 유미 호건 여사는 남다른 가족애와 특유의 끈기와 근면함으로 도전을 이겨온 강인한 한국 여성이다. 한국의 수묵화를 즐겨 그리는 화가로서, 주지사 영부인으로서, 며느리로서, 할머니로서 다중의 역할을 억척스럽게 소화했다. 코리아타운 조성은 여타 인종사회의 시샘과 견제를 물리치고 이룩한 한인사회의 유산이다. 호건 여사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상하게 사람을 챙겨주는 세심함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관저만찬을 마치고 정원에 직접 심은 무궁화와 동백꽃을 같이 돌아보면서 설명해 주었는데 한국적 특색을 살리고자 노력한 점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호건 주지사는 은퇴 후 특별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호건 주지사는 2024년 미국 대선의 잠재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었으나 워터게이트 사건을 밝히고 탄핵을 지지했던 부친 로렌스 호건 하원의원의 원칙주의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비주류이면서 소수파이긴 하나 미국이 요구하는 비전과 원칙을 중시하며 균형감을 갖춘 소신의 정치인이다. 이민 120주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영원한 한국사위 호건 주지사의 울림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권세중 미국 워싱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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