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어둠 속 '전장용 MLCC' 반짝... 터널의 끝 보인다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경기둔화가 기업들의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무제표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그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분간 체감온도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IT(정보통신) 기업들의 경우 재고조정 여파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여건 변화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식 투자측면에서는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주가는 실적을 선행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이 적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 대비 기업가치가 역사적 저점인 기업, 업황개선의 폭이 크고 시기가 빠르게 오는 기업들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IT 전문가들은 삼성전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IT 섹터 전반이 반등해도 기업들의 주력 제품마다 실적개선이 이뤄지는 속도가 각각 다른데 삼성전기의 주력인 MLCC의 경우 전자제품 전반에 투입되기 때문에 제대로된 흐름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컴포넌트의 주요 사용처는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전장용 부품 등이다. 카메라 모듈은 매출의 90% 이상이 스마트폰으로부터 발생하고 있지만 전장용 카메라 모듈 비중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스마트폰과 PC, 네트워크용 서버 등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2021년 기준 주요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MLCC 25%, 카메라모듈 12%, BGA 26% 수준이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2022년 3분기 기준 매출비중 32%)를 비롯한 주요 스마트폰 업체 및 반도체 업체다. 국내에는 3개의 사업장 (수원, 세종, 부산)을 두고 있으며 해외에는 7개의 사업장 (중국 4개, 태국, 필리핀, 베트남)이 존재한다. 삼성전기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23.8%)이며 국민연금공단(지분율 8.8%)이 주요주주로 있다.
컴포넌트 사업부는 삼성전기 매출의 49%, 영업이익의 72% (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주력이다. 컴포넌트 사업부 매출의 93%가 MLCC 판매 수익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MLCC의 주요 사용처는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IT 기기다. 최근에는 5G 기지국과 데이터센터 등 산업용 MLCC와 자동차 전장용 MLCC 등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s)는 전기를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일정량씩 내보내는 '댐'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며 부품 간 전자파 간섭 현상도 막아준다. 전류를 활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며 0.3mm 수준의 얇은 두께 내부에 최대한 얇고 많은 층을 쌓아야 많은 전기를 축적할 수 있어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주요 사용처인 IT 제품의 경박단소 트렌드에 맞춰 기술이 발전했으며 제품의 크기가 작을수록, 용량이 클수록 고부가 제품이다. MLCC의 용량은 유전체의 재료와 두께, 적층 수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전장용 MLCC는 기존 IT용 MLCC 대비 사이즈가 큰 대신 고온, 고압, 고신뢰성 특징이 요구된다.
전장용 MLCC 시장에서는 무라타와 TDK가 약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중국 모바일 업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용 하이엔드 MLCC 중심의 사업을 영위해 왔으나 이제는 전장 및 산업용 MLCC의 생산비중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의 주요 제품은 카메라 모듈이다. 카메라 모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자동차 등에 탑재되며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다.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 매출의 90% 이상이 스마트폰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실적은 고객사의 스마트폰 출하량과 카메라 모듈 판매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스마트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던 2010~2015년 기간 동안은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의 매출액이 연평균 25% 성장했으나 이후 전방 시장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삼성전기는 전장용 카메라 모듈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기가 처한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IT 소비둔화로 실적이 둔화되고 있으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작업에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8조9537억원, 1조746억원으로 전년대비 6%,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추정치보다 낮은 수치인데 IT 세트의 수요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실적둔화는 고객사들의 재고문제 때문인데 세트 업체들이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를 경험한 이후에 재고 수준을 과거대비 상향했다가 다시 하향하는 과정이 진행중"이라며 "이로 인해 부품 업체들의 체감 감소폭은 실질 수요 감소폭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재고조정은 강도가 더 혹독한 경우가 많다"며 "재고위주의 판매가 이뤄지면 그만큼 수익성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매출과 이익의 동반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주가는 IT 하드웨어 업황에 따라 등락하는데 특히 MLCC와 카메라 모듈, BGA 등 전사 매출의 61% (2021년 기준)가 스마트폰향으로 판매되는 만큼 삼성전기의 주가는 스마트폰 업황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삼성전기가 지난해 약세를 보인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 과정에서 스마트폰, TV, PC 등 IT 세트 제품의 수요 감소로 인한 출하 부진이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방 수요 부진은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나 하반기부터는 업황 반등이 기대되는데 상반기 중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돼 하반기에는 수요가 정상화고 기저효과가 큰 중국 시장의 반등도 전망된다"며 "과거 IT 업종 내 경기민감주들의 주가 선행성이 6개월 수준이었던 부분을 감안할 경우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앞서 2023년 상반기부터는 주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2분기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TV 중심으로 신모델 출시가 예상되는 만큼 앞선 1분기에 가동률 개선, 주문 증가가 이뤄지고 MLCC 부문의 매출, 이익이 다시 가파르게 회복되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3향 2억화소 폴디드 줌 카메라 수요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폴디드 줌 카메라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올해는 애플이 처음으로 폴디드 줌 카메라를 적용하면서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매출회복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것은 전장용 부품시장의 성장세다. 삼성전기의 주력인 MLCC의 포트폴리오 중 신성장 주체가 자동차, 산업용 중심으로 교체되고 있는데 특히 자동차 부문의 전망이 긍정적이다. 삼성전기 MLCC의 전장용 매출 비중은 2021년말 9%에서 2022년 1분기 12%, 2분기 15%로 확대됐고 연말에는 18% 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말에는 25%까지 예상하기도 한다.
2020년~2022년 PC시장 확대 및 스마트폰의 5G 교체 과정에서 초소형 고용량 수요가 증대되면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자율주행 기반의 전기자동차 비중이 확대되면 고가 MLCC 중심으로 제품군이 형성되고 2023년 이후 평균 영업이익률도 20%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MLCC 채용 수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4배 이상이다.
자율주행 단계가 3단계 이상으로 확대되면, AI와 빅데이터 활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자동차내 IT 부품사용이 급증하는데 이는 MLCC 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카메라모듈의 주요 매출처도 스마트폰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로 변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량이 전방 및 주변을 인식 후 분석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는 저화소 카메라가 많이 쓰이지만 앞으로는 고화소로 상향될 것으로 보이며, 스마트폰에 적용된 액추에이터, 3D 센싱 기능도 추후에 적용될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기가 전기자동차 시장을 확보할 경우 스마트폰 성장 둔화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의 근거가 된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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