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년에 인구 20만 줄었다, 이보다 큰 위기 있나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가 작년 한 해 동안 약 20만명 줄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다. 외국인을 포함한 총인구도 작년부터 줄고 있다. 작년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꼴찌다. 5년 전 1명 아래로 내려간 뒤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나라 전체가 ‘인구 절벽’에서 추락 중이다.
많은 나라가 발전 과정에서 출산율 하락을 경험하지만 아무리 나빠져도 1명대에서 반등하거나 정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15년 전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도 2005년 1.26명에서 소폭 올라가 1.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급격한 감소세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 출산을 막는 사회적 제약이 자녀를 가지려는 인간의 본성까지 억누를 만큼 심각함을 말해준다. 이를 치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재앙은 시작됐고 파국은 멀지 않다.
작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9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8%를 넘었다. 여성은 20%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2025년 전체적으로 20%를 돌파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 사회’가 된 지 7년 만이다. 일본은 11년 걸렸다. 6년 뒤엔 최고 비율을 차지하는 세대인 50대 861만명이 줄 지어 노인 집단에 진입한다. 매년 줄어드는 생산연령(15~64세) 인구가 부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재정과 사회보장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경제는 활기를 잃는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던 일본조차 고령화 재앙을 견디지 못하고 쇠락했다. 한국만 기적을 바랄 수 없다.
한국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대응 예산을 편성해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인구 감소는 수당을 몇 푼 더 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평생 벌어도 내 집 마련이 힘들 만큼 집값이 오르고, 질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폭증하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겠나.
부동산과 일자리, 교육, 복지, 이민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산 친화적 관점에서 설계하고 국민 총력전을 벌여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역시 출산율을 높여 한국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다. 개혁이 성공한다고 해도 출산율의 가파른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도 상당 기간 피할 수 없다. 노인 연령 상한, 정년 연장 등으로 사회보장 비용을 줄이고 여성·노인층의 사회 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등 전반적 사회 제도와 시스템을 인구 감소에 대비한 체제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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