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 TSMC는 초호황인데 침체 시작된 한국 반도체
반도체 한파 속에서도 지난해 파운드리(위탁 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전년보다 73%나 급증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43% 늘었다.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매출이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나 줄었다. 반도체 외에 휴대폰·가전까지 만드는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이 TSMC에 뒤졌다. TSMC는 발주처에서 선(先)주문을 받아 맞춤형 반도체를 제조하는 사업 구조여서 재고 부담이 없고 가격도 안정돼 반도체 불황기에도 영업이익률이 52%에 이를 정도로 고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도 취약 분야인 주문형 반도체에서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TSMC가 애플·엔비디아·AMD 등 거대 IT 기업뿐 아니라 중소 칩 설계 회사까지 광범위한 고객사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기업들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 경기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작년 4분기엔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마저 TSMC에 내준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한파는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 타개를 위해선 적극적인 연구 개발과 시설 확충 투자가 필요하지만 각종 규제와 불리한 제도적 환경이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짓는 공장은 일본 정부·지자체의 전폭적 지원으로 5년 공기(工期)를 2년으로 단축한 반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사업 발표 후 4년이 지나도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반도체 투자의 20%를 세액 공제해주려던 지원법도 국회에서 8%로 낮춰졌다가 대통령 질타로 기획재정부가 다시 2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정책 난맥상까지 보이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요청하는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의 정원 규제 완화는 아예 법안에서 빠져버렸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경제의 성장 엔진이자 한미 동맹을 뒷받침하는 전략 자산이다. 반도체가 위축되면 경제가 타격 입고 안보마저 흔들릴 수 있다. TSMC가 훨훨 나는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침체를 면치 못하는 현실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 반도체가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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