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왜 장관 못됐는지 알면서” 羅 “제2 진박 감별사냐”

김형원 기자 2023. 1.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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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대출마 수순… 친윤과 집안싸움 격화
나경원 전 의원이 2023년 1월 1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자신을 향한 친윤계 비판을 반박했다./뉴스1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나경원 전 의원과 친윤(親尹)계 인사들의 공방이 15일 격화하고 있다.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왜 장관이 못 됐는지 스스로 알 것”이라고 했고,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眞朴)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총선에서 이기겠느냐”고 맞받았다.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건드리는 양상이다. 당 안팎에선 “집안싸움에 밥그릇 깨진다” “자제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은 13일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해임이 전해진 직후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해 외교부, 보건복지부 여러 자리(장관) 이야기가 있었고, 구체적인 진행 절차도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발탁되지 못한 이유는)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 자리와는 달리 저출산 부위원장직은 국회 청문 절차 없이도 임명이 가능하다”며 “그걸 잘 유추해서 판단해보면 된다”고 했다. 나 전 의원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에서 흠결이 발견됐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나 전 의원을 향해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날엔 “공직으로 대통령과 거래를 시도하는 패륜” “반윤(反尹)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영화 ‘나 홀로 집에’ 포스터에 나 전 의원의 얼굴을 넣은 합성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엔 “羅(나경원) 홀로 집에!”라는 문구가 붙었다. 나 전 의원과 박 의원은 서울대 법대 동기다. 한솥밥 먹던 사람들이 ‘패륜’이란 말까지 쓰며 희화화한 합성 사진을 동원해 공격한 것이다.

나 전 의원도 반격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며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했다. 당시 20대 총선에서 여당이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공천 내분 여파로 민주당에 패배한 바 있다. 당시 ‘진박(진실한 친박)’을 감별한다는 말까지 나돌면서 당은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국민의힘으로선 떠올리기 싫은 용어와 상황이다.

나 전 의원 측은 일부 친윤계가 ‘장관 인사 검증’까지 거론한 데 대해 “저런 식으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지금은 일일이 대응할 이유가 없지만, 향후 기회가 된다면 (나 전 의원이) 말을 할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또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지는 이미 잘 나와 있다”며 “당원과 국민들도 분명히 그 ‘팩트’를 알게 되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는 직접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친윤계 공격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은 물밑에서 당대표 출마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 주도로 취재진과 단체대화방을 만들고, 대표 선거와 관련한 메시지도 발신하고 있다. 현재 나 전 의원은 정양석 전 의원, 박종희 전 의원과 김민수 당 혁신위원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김 위원은 향후 공보 관련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출마를 공식화하기 전에 캠프 구성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 나 전 의원과 친윤계 갈등이 격화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많은 당원들이 지나간 (장관) 인사 검증과 2016년 총선 실패의 원인이었던 공천 실패 문제까지 거론하며 집안싸움을 벌이는 데 암담해하고 있다”며 “이렇게 내분을 벌이니 민주당이 한때 ‘100년 집권’ 운운하면서 우리를 조롱했던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선을 넘는 공격을 주고받으면 상처 회복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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