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경제영토 확장, 해외 항만터미널 확보부터
경제영토 확장은 자국의 상품과 서비스·자원을 무관세로 손에 넣기 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미중 간 경제대립이 심해지면서 동맹국끼리의 블록화로 경제영토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인구나 경제규모에 비해 국토 면적이 좁고 자원이 부족해 경제영토 확장이 최우선 정책목표가 돼왔다.
경제영토라고 말하지만 확보된 경제영토에 접근할 수 있는 혈관 역할을 하는 물류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중에서도 항만 공항과 같은 물류거점은 경제영토의 출입구 역할을 하고 분배 기능을 수행한다. 글로벌 물류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서로 떨어진 두 지역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갭을 극복해 주는 대륙의 관문항, 수에즈운하나 파나마운하와 같은 글로벌 초크포인트, 또는 해당국의 물류중심지가 되는 항만 터미널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특히 컨테이너가 글로벌 무역의 주류 수단이 되면서 주요 허브항만에 전용터미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으로 최대 20일을 접안 대기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정시성을 제대로 지킬 수 없었던 작년 사례에서 전용터미널 확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한진해운 정리 때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한진해운 법정정리 때 한진해운이 보유한 국내외 터미널을 강제로 매각하게 했던 실수다. 불가피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북미지역 거점항만에 갖고 있던 최대 규모의 터미널을 단돈 1달러라는 상징적인 금액에 외국 경쟁사에 팔아넘겼다. 그 터미널 지분은 지금은 2조 원을 주고도 되사기 어렵다. 당시 국내외 터미널 부분을 하나로 묶어서 외부의 지분투자를 받는 형식으로 정리했으면 우리의 글로벌 물류경쟁력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새로 도약할 기반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경제영토를 확장하려면 글로벌 물류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이는 우리 물류기업의 입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거점항만에 전용터미널을 확보해야 하고, 글로벌 컨테이너터미널 사업자(GTO)를 육성해야 한다. 정부도 토종 GTO 육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럼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첫째, 전용터미널을 확보해야 한다면 어디에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LA나 뉴욕과 같은 대륙 관문항 또는 제조거점 이전으로 새로운 제조기지로 떠오르는 아세안이나 인도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대륙 관문항에서의 전용터미널 확보는 현재로서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최우선시되는 지역은 베트남(V) 인도네시아(I) 필리핀(P), 이른바 ‘VIP 3국’으로, 이들 국가에 우리의 전용터미널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 국가는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제조거점으로 떠오르지만 만성적인 항만시설 부족으로 정체가 심해 일주일 이상의 대기가 발생할 정도다. 이들 국가의 항만에 전용터미널을 확보하고, 토종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이 부산항과 막힘없이 촘촘한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은 부산항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토종 GTO는 어떻게 육성할까 하는 것이다. 정부 기관을 활용하면 상대국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으므로 토종 GTO는 해외 터미널 운영 경험이 있고, 또 터미널 사업에 의지가 있는 민간 터미널 운영사가 돼야 한다. 민간 터미널 운영사가 GTO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건설사와 금융기관, ODA(공적개발원조) 공여를 포함한 정부 기관이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
물류는 지리적 공간을 극복하는 비즈니스다. 즉 물류는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에 존재하는 지리적 물리적 간격을 메우고자 선박 항공기 철도 자동차 파이프라인 등을 활용, 시간 조절을 하는 비즈니즈다. 물류가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실질적인 경제영토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일자리 창출, 신흥국 시장 선점, 자원 확보 등 전략적 관점에서 GTO를 육성하고 주요 거점항만에 전용터미널을 확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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