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생기부 보자”… 내 예비 배우자도 혹시 학폭 가해자? [핫코너]
울산에 사는 예비 신부 김모(31)씨는 작년 말 친구들로부터 남편 될 사람이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힌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학교 폭력 가해자였을까 봐 불안해진 그는, ‘나이스 홈에듀 민원 서비스’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비 신랑의 동의를 받아 그의 중학교 때 생활기록부를 조회해 봤다. 정부가 2003년 졸업자부터는 본인이 자기 학교 생활기록부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게 해 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김씨는 “예비 남편의 중1 생활기록부에 ‘동급생을 괴롭히는 등 교우 관계에 문제’라고 적힌 것을 봤다”면서 ”그에게 폭력성이 잠재돼 있고 그게 나중에 나한테 향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학교 폭력’ 관련 드라마가 잇따라 인기를 끄는 등 이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면서, 배우자가 될 사람이 과거 학교 폭력에 가해자로 연루된 적은 없는지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생활기록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물론, 10년 이상 된 소셜미디어 과거 사진이나 게시 글까지 찾아보는 사례도 있다.
특히 생활기록부의 경우 2003~2016년 졸업자는 나이스 홈에듀 민원 서비스 홈페이지에서, 2017년 이후 졸업자는 정부24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거치면 열람이 가능하다. 다만 2003년 이전 졸업자의 경우 각 학교 등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충북 청주에 사는 박모(29)씨는 작년 말 예비 배우자의 학창 시절이 궁금해 페이스북 과거 게시 글을 확인했다가, 다른 친구에게 심한 욕설을 한 댓글을 여럿 발견했다. 박씨는 “아무리 과거라지만 완전히 묻을 수 있을까, 언어 폭력을 당한 친구는 어떻게 지낼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결혼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배우자 학폭 검증법’ ‘예비 배우자 학폭 가해자라면?’과 같은 게시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결혼 정보 업체 중에도 별도 조사팀을 따로 두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회원들의 인품이나 성격, 학교 폭력 같은 과거사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곳도 생겼다. 학교 폭력 사건을 많이 경험해 본 법무법인 여원 박수연 변호사는 “학교 폭력이 워낙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 결혼 전 배우자의 범죄 전과나 채무를 확인하듯 학교 폭력 가해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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