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도시 부산 질적 성장 도모…창작·법률 지원 늘린다
- 市, 올해 14억 원 넘는 예산 투입
- 자문지원 ‘헬프데스크’ 운영 확대
- 전문가 “민관산학 협력 나서야”
부산 만화산업 연간 매출액이 100억 돌파 초읽기에 들어가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20년 이전 1곳에 불과했던 부산 지역 대학 웹툰 관련 학과는 곧 9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부산시는 올해 ‘질적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해 ‘웹툰도시 부산’ 만들기에 힘을 싣는다.
▮작가 개인 매출 3년새 40%↑
15일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웹툰과 출판만화 등을 망라한 부산 만화산업 총매출액은 ▷2021년 89억3700만 원 ▷2020년 81억4900만 원 ▷2019년 74억3500만 원으로 해마다 10% 가까이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같은 기간 만화작가 개인의 매출은 ▷2021년 62억3200만 원 ▷2020년 55억400만 원 ▷2019년 44억6300만 원으로 3년 새 40% 가까이 늘어 성장세가 선명하다. 2022년은 100억 원에 육박했거나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웹툰산업 매출액은 1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웹툰작가 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국내 웹툰산업 매출액은 1조566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1조538억 원) 대비 48.6% 증가했다. 웹툰산업 실태조사가 시작된 2017년(3799억 원)보다 4배 넘게 성장했다.
올해 부산시와 진흥원은 4개 사업에 14억59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웹툰도시 부산’을 위한 질적 성장에 집중한다. ▷부산글로벌웹툰센터 8억5900만 원 ▷웹툰페스티벌 3억 원 ▷웹툰캠퍼스(웹툰 관련 교육) 2억 원 ▷부산브랜드웹툰 제작(부산 명소를 웹툰 배경으로 제작·무료 배포하는 ‘디지털 로케이션’)에 1억 원이 각각 책정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부산글로벌웹툰센터 운영에 5900만 원이 늘었고, 웹툰캠퍼스 운영은 3000만 원 감액됐다.
진흥원은 “올해는 부산글로벌웹툰센터 역할을 강화해 작가의 창작 지원과 공정계약에 힘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작품 창작지원은 기존 30건에서 40건(신규 20건, 연재 20건)으로 늘렸다. 에이전시 또는 플랫폼과 계약을 하지 않은 신규 작품은 작품당 총 600만 원(3개월), 연재 대기 또는 연재 중인 작품은 어시스턴트 활용비로 작품당 360만 원을 3개월 또는 5개월 지원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웹툰산업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작가 58.8%가 불공정 계약·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도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니 작가들이 법 분야를 잘 몰라 계약 문제로 고충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률 회계 등 전문가로 이뤄진 자문위원회들이 활동하는 ‘웹툰헬프데스크’의 운영 건수는 기존 25건에서 40건으로 늘어난다.
▮“작가 중심 패러다임 전환 필요”
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열린 웹툰페스티벌에는 관람객 6000여 명이 찾았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만화작가들이 이 페스티벌에 찾아오기도 했다. 지역 웹툰작가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부산 글로벌웹툰센터에 입주한 이석재 작가의 ‘한림체육관’은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화요 웹툰 남성독자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김현수 작가의 ‘역대급 영지 설계사’, 최문규 작가의 ‘지옥 키우기’ 등 지난해 기준 42개 작품이 주요 웹툰 플랫폼에 연재 중이거나 연재를 앞두고 있다.
최근 3년 새 급증한 웹툰 관련 학과 개설은 부산 웹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부산은 2004년 생긴 부산대 애니메이션 전공을 제외하고 2020년 전까지 웹툰 관련 학과가 없었으나 ▷영산대 웹툰학과(2020년) ▷부산경상대 HiVE웹툰애니메이션 전공(2021년) ▷동서대 웹툰학과(2022년) ▷동명대 웹툰애니메이션학과(2023년) ▷부산외대 글로벌웹툰콘텐츠학과(2023년) ▷신라대 웹툰학과 ▷경성대 ▷동의대 등 모두 9개 대학이 웹툰 관련 학과를 개설했거나 개설을 앞두고 있다. 5개 대학 웹툰학과가 모인 ‘부산웹툰학과연합’도 지난해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바로 지금이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적기라고 조언했다.
부산웹툰학과연합 대표교수인 윤기헌 부산대 교수는 “웹툰학과가 늘었다는 건 해마다 300명 넘는 예비 웹툰작가가 배출된다는 뜻”이라며 “기존 정책이 기성 작가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 예비 작가를 위한 토대 마련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부산 작가는 아직 극소수다. 웹툰 IP(지식재산권)로 얼마든지 부가 콘텐츠를 창출하는 슈퍼스타가 아직 지역에는 드문 이유를 함께 찾아야 한다”며 “민관산학 협의체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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