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 안전하게 모십니다” 계단 녹인 화천 군민들
지난 13일 새벽 2시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는 강원 화천군. 꽁꽁 얼어붙은 화천천 주변에 200여 명이 손에 삽과 넉가래, 바가지 등을 들고 나타났다. 여기는 ‘화천 산천어 축제’가 열리는 장소다. 화천군을 가로지르는 화천천이 매년 축구장 26개(약 6만㎡) 규모의 빙판으로 변하는 점을 활용해, 화천군은 지난 2003년부터 빙판에 뚫린 구멍에서 산천어를 낚아 올리는 걸 경험할 수 있는 행사를 해왔다.
그러나 이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화천군청 직원들이 “빙판을 지키자!”라며 나온 것이다. 빗물에 빙판이 녹거나 미끄러운 상태가 되면 방문객들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빙판이 깨지거나 녹으면 심각한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빙판 위 곳곳에 고인 물을 퍼내던 한 군청 직원이 “아우, 인간 양수기가 따로 없네!”라고 외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날 비가 시간당 10mm씩 거의 하루 종일 내릴 것으로 예보되자, 화천군은 축제를 하루 휴장했다. 그런데도 구청 직원과 화천군 주민들은 새벽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번갈아가며 계속 빙판 위에 고인 물을 퍼냈다.
지난 7일 시작한 산천어 축제를 치르기 위해 화천군이 ‘빙판 품질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축제는 매년 1월쯤 약 3주에 걸쳐 열린다. 지난 2019년 최고 180만명이 찾아오기도 한 화천의 대표 관광 상품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2021~2022년 행사를 열지 못해 지역 경제에 타격이 컸다. 올해 3년 만에 행사를 다시 여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군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평년보다 기온이 너무 높은 게 문제다. 행사가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15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계속 영상까지 올라갔다. 지난 12일엔 9도까지 올랐다. 거기다 13~14일 비가 잇따라 내리고 15일에는 눈까지 와 안전사고 우려도 커졌다. 가뜩이나 핼러윈 참사 여파로 안전사고가 날까 걱정하던 화천군은 비상이 걸렸다. 15일 공무원, 주민 등은 황급히 곳곳에 쌓인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계단을 토치로 녹였다.
이런 점 때문에 화천군은 매일 빙판에 20여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얼음 두께를 측정하고 잠수부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 얼음 강도도 확인하고 있다. 빙판 두께가 30cm 이상이 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다. 군 관계자는 “15만명이 동시에 올라와도 문제 없는 수준을 맞추는 게 목표”라고 했다. 13~14일 이틀 내내 공무원·주민들이 빙판 위 물을 퍼내는 것은 물론, 방문객 다수가 몰리는 곳마다 안전 요원을 세워 우측 통행을 유도한다. 행사장에는 행사 담당 안전 요원 외에도 경찰 인력 50여 명, 소방 인력 15명이 배치돼 있다.
주민 400여 명도 최저 시급만 받고 축제 곳곳에서 물 퍼내기는 물론 주차 안내, 낚시 도우미 등 행사에 일손을 보탠다. 화천읍 주민 한모(65)씨는 “축제장에 산천어를 풀어 넣는 일을 하고 있다”며 “화천에 살면서 먹고살려고 일만 했지 정작 빙판에서 놀아본 적은 없었는데, 주민들 다같이 기합 넣으며 일하니 빙판에서 노는 거 같아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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