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용후핵연료 땅속 안전 처분이 핵심”… 부지 확보도 과제

대전=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3. 1.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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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지하처분연구시설 르포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를 위한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의 내부. 약 550m 길이의 지하터널이 지하 120m 깊이까지 연결돼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지하터널의 암반은 중생대에 만들어진 복운모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요. 암석을 타고 흐르는 지하수가 균열을 따라 어떻게 퍼지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쪽 끝에는 550m 길이의 지하터널이 있다. 수명을 다한 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한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이다. 산중턱에 위치한 터널 입구에서 조동건 한국원자력연구원 사용후핵연료저장처분연구단장을 만났다. 터널로 들어선 뒤 비탈진 길을 5분가량 걷다 보니 지하 120m 깊이의 KURT에 도착했다.

터널벽과 천장 곳곳에는 지하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가 마치 링거처럼 꽂혀 있었다. 지하터널을 이루는 암반 구조 균열 모델을 만들어 심층처분의 가장 큰 위험요소인 지하수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이다. 조 단장은 “실제 집수량과 비교해 보니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 원전 확대 필수조건,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

원자력 발전의 연료로 사용된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거나 추가로 지으려면 폐기물 처분시설 기술 확보는 필수 전제조건이다. 땅속에 묻는 ‘심층처분’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사용후핵연료가 무수한 반감기를 거쳐 방사성을 거의 띠지 않으려면 길게는 10만 년 이상이 걸린다. 결국 땅속에서 안전하게 묻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를 담는 연료봉은 지하의 고압을 견디기 위해 주철로 만든 처분용기에 담고 이를 5cm 두께 구리로 다시 코팅한다. 구리는 100만 년에 0.5mm 이내만 녹슬 정도로 부식에 강한 금속이다. 이 용기를 다시 완충재인 벤토나이트로 감싼다. 물을 먹으면 부풀어 압력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는 광물로 지하수 유입을 막아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실제 상황과 같은 500m 깊이 지하연구시설(URL)에서의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 이날 방문한 KURT는 120m 깊이로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묻는 깊이와는 지하수 속도나 환원 상태에 차이가 있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와 연계해 연구용 URL 건설을 진행할 것”이라며 ”URL은 실증 전 연구시설로 방사성폐기물을 두지 않고 구조 지질 특성만 분석하는 식으로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처분장 면적 줄이는 연구개발 활발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국내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만8600t이 모두 원전 내 임시 저장된 상태다. 고리·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신월성 원전 2044년, 새울 원전은 2066년 임시 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된다. 이를 모두 심층처분하기 위해 필요한 면적은 6.01㎢로 여의도 면적(4.5㎢)보다 큰 부지가 필요하다.

처분장의 면적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우선 핵연료를 복층 형태로 묻어 공간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조 단장은 “지하 500m와 800m에 두 층으로 나눠 묻으면 하나의 처리장에 두 배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다”고 했다. 처분장이 견딜 수 있는 온도 상한선을 높이는 것도 면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는 100도 정도가 한계인데, 이를 130도까지 올리면 사용후핵연료를 묻는 간격을 줄여 같은 공간에 두 배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로 프로세싱’도 주목받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에는 여전히 타지 않은 우라늄이 93% 남아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전기분해해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 원소들을 별도로 처리하고 남은 플루토늄과 아메리슘 등 우라늄보다 질량이 무거운 초우라늄 원소를 차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원자력연은 2012년부터 파이로 공정과 연계해 SFR를 개발하고 있다.

류재수 원자력연 핵주기공정연구부장은 “사용후핵연료가 1만 t 수준인 스웨덴, 핀란드는 그냥 심층처분하는 게 경제적이지만 3만8400t 이상으로 예상되는 한국은 재처리 기술로 처분장 면적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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