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와인 매장… 고가품 잔술 체험

오승준 기자 2023. 1.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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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규모-체험 두고 와인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와인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초대형 와인매장을 앞다퉈 강화하면서 ‘와인 대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와인이라는 단일 콘텐츠로 초대형 매장을 잇달아 선보이는 한편 시음 등과 관련된 체험형 콘텐츠를 구비함으로써 색다른 체험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경기 남양주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1층에 1000m²(약 303평) 규모의 와인 전문 매장 ‘와인리스트’를 선보였다. 시슬리, 보브, 듀엘 등 여성패션 등 매장 13개가 운영되던 곳을 통째로 와인매장으로 바꾼 것. 목적형 소비가 주를 이루는 아웃렛에서 대규모 매장을 와인 전용 공간으로 꾸민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11월 경기 남양주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오픈한 1000㎡(약 303평) 규모의 ‘와인리스트’는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바’와 포토존 등을 앞세워 젊은 고객들을 겨냥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이 매장은 굳이 와인을 구매하지 않아도 하루를 즐기고 갈 수 있는 체험형 요소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계묘년’ 콘셉트에 맞게 라벨에 토끼와 네잎클로버 그림 등이 들어간 와인 수백 병이 진열된 인스타그램 감성 포토존도 꾸몄다. 해당 포토존은 두 달마다 콘셉트를 바꿔 재구성된다.

와인을 병째로 구매하지 않아도 잔 단위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시음 공간도 마련했다. ‘와인 테이스팅 바’에서는 와인 48종을 30mL 단위로 계산해서 한 잔씩 시음할 수 있다. 매장을 운영하는 노태정 소믈리에는 “테마를 주기적으로 바꾸는데 고가의 와인부터 와인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일리 와인들까지 다양하게 꾸며 볼 예정이다”며 “병당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밸류 와인도 잔당 구매해서 시음해보는 것은 부담 없기 때문에 많이들 선호한다”고 말했다.

아웃렛답게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종류별로 찾아볼 수 있다. 병당 1만∼2만 원대의 저가 와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희귀한 ‘돔 페리뇽P3’를 포함한 ‘돔 페리뇽 P3 빈티지 컬렉션’과 ‘루이 뢰더러 크리스털 버티컬 컬렉션’ 등도 구비돼 있다. 특히 몰도바 와인 등 제3세계 와인과 한국 와인도 따로 코너가 있을 만큼 다양한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면 와인 스타일, 품종, 와이너리 소개, 사용자 리뷰 등을 안내하는 링크로 연결된다. 현대백화점은 국내 최대 와인 검색 모바일 앱 ‘와인그래프’와 협업해 5500여 종의 와인마다 QR코드를 라벨링했다.

롯데마트가 2021년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 오픈한 국내 최대 규모(약 400평)의 와인숍인 ‘보틀벙커’는 테이스팅 데이, 시음 행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체험형 대형 와인숍을 먼저 선보인 롯데도 대형 와인매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21년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 약 400평 규모의 초대형 와인숍을 오픈한 후 연이어 경남 창원시와 광주에 각각 2·3호점을 오픈했다. 보틀벙커는 국가별로 와인을 분류한 것은 물론이고 ‘시즈널’ ‘푸드페어링’ ‘모먼트’ 등 3가지 테마로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배달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여행을 떠나고 싶은 순간을 위한 와인’ 등 다양한 상황에 맞게 와인을 제안해 와인 초보자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10개의 섹션에서는 총 80여 개의 와인을 50mL 단위로 판매하는 ‘테이스팅탭’을 운영한다.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 플래터, 샐러드, 루콜라 치즈 떡볶이 등 각종 사이드 안주를 판매한다.

테이스팅 데이, 시음 행사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보르도 그랑크뤼 와이너리인 ‘샤토 린쉬 바주’ ‘샤토 오 바타이’ 등의 오너인 장 샤를 카즈가 직접 다양한 빈티지 와인을 소개해주는 테이스팅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통업체들이 와인을 테마로 한 체험형 매장에 공들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와인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관련 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2억 달러 규모에서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3억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한 5억5981만 달러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면서 와인 같은 고급 주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들에게 와인과 체험을 결합한 이색 매장이 또 다른 오프라인 명소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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