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보불감증 벗어나 안보 위기 직시할 때
2023년 새로운 해가 밝았다. 국민 전체가 희망차고 기쁨에 찬 한 해를 맞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만 작금에 국가 안보 관련된 우려스러운 일들이 있어 몇 마디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우리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지난 5년간의 안보불감증으로부터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안보 실감’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쏴도 그들의 의도나 시험 발사를 통한 기술 발전엔 관심 없이 ‘아 또 쏴 대는구나’ 하며 무심하게 지난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해서도 일부 정치권에선 오히려 우리 군의 대응 의지를 무력화하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2차 대전 때 처칠은 국민들을 안심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피와 눈물과 땀’을 요구했다. 바로 그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침략에 망명을 마다하고 ‘조국을 피로써 지키자’며 최일선에 나서지 않았는가. 우리가 경제대국이 되는 데에도 수많은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 열사의 사막에서 땀을 흘렸고,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고국에 두고 온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싸웠다. 우리 성공도 ‘피와 눈물과 땀’의 결정체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희생으로 얻어진 이 결실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들을 지키는 것 역시 만들었을 때만큼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정부가 안보를 최우선적 과제로 천명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구호에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구체적 실천 방안이 따르길 바란다.
첫째, 군의 실전 능력 향상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군의 훈련은 대부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전은 컴퓨터 게임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이루어져야 실제 전투에서 능력 발휘가 된다. 세계를 제패하는 우리나라 골프 선수들은 하루에 2000개의 연습볼을 친다고 한다.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군 지휘관도 사병들처럼 구보 훈련에 동참하여 일반 병사들과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대우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군의 교육 커리큘럼을 고쳐 여러 가지 기술 습득의 기회가 되도록 하여 군 생활이 시간 낭비가 아닌 개인 발전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진정한 과학군의 재탄생이 필요하다. 본인이 장관 재임 시 과학군을 천명했으나 당시 기술 수준이나 재정 형편상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되었다.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AI 및 드론기술을 방산기술과 접목해 군의 효율성을 대폭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줄어드는 병역 인력, 그리고 의무병역 기간 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셋째, 현실적인 북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자산의 실질적인 사용 방안이다. 이것은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이다. 다만 소위 ‘구두 약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어떠한 경우라도 필요 시 핵을 포함한 전략자산을 한국이 ‘공동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미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듯하지만 이번엔 꾸준히 노력하여 좋은 결실을 얻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 스스로도 국민에게 사랑받는 믿음직한 군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한다. 미국 어느 지방 고등학교 졸업식에 있었던 이야기다. 한 학생이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다고 소개되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다음 학생은 그 지역 대학에 진학한다고 소개되어 더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학생은 졸업 후 군에 입대한다고 소개되었다. 그러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고 한다. 군이 적에게는 두려움의 존재이면서도 국민에게는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국민은 군을 믿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바로 강군이 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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