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 가상 신발·옷 파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메타 시장’ 뛰어든 글로벌 기업들
지상 최대의 전자기술전시회라고 하는 2023 CES(Consumers Electronics Show)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거대 자본이 메타버스 시장에 투입되고 있다. 아직도 성공한 산업이 없다고는 하지만 비즈니스 생태계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지난 수년간 일어난 메타버스 생태계 진화 모습을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자.
최근 한 고등학생이 부모님 결혼기념일 선물로 벤츠를 선물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가 2억5000만원을 벌 수 있었던 플랫폼이 바로 로블록스라는 게임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메타버스 사이트나 아이템을 제작하고 이것을 기업에 납품해서 돈을 받는데 대금은 코인으로 치러진다. 이렇게 국경 없이 소통하고, 일하고, 거래하는 세계인 만큼 화폐가 아닌 코인 거래가 보편적이다. 받은 코인은 국가별 코인거래소에서 현금화해서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게임 플랫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이 아니라 어디서나 범용적으로 디지털 거래에 사용될 수 있는 코인의 개발과 발행이 시작된다.
그것이 NFT(대체불가토큰)와 암호화폐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아이템의 크리에이터가 누구인지 또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기록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디지털 아이템 거래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는 거래 기록에 계약 내용을 기록해준다. 디지털 거래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은 모두 NFT 아트 제작에 심취해 있다. 사진이든 그림이든 디지털 창작품을 NFT에 등록한 뒤 오픈시와 같은 NFT 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면 국경 없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게임 회사들도 NFT 아이템 거래에 열성적이다. 그들이 디지털 아이템 거래 문화를 만든 장본인들이니 당연하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NFT 시장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BTS나 블랙핑크가 찍은 특별한 사진이나 영상을 NFT에 등록하고 판매한다면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재밌으면서도 황당한 프로젝트들도 속속 등장한다. 유가랩스라는 회사에서 런칭한 BAYC(Bored Ape Yacht Club)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지루한 유인원들끼리 모여 요트 클럽 만들어 재밌게 놀자’라는 목표로 시작된 NFT 프로젝트다. 요트 클럽인 만큼 회원권 발행이 필요한데 단지 그걸 재밌는 원숭이 이미지로 만들고 NFT에 등록한 뒤 회원권으로 판매한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골프장 회원권과 다른 점이라면 회원권이 NFT라는 것뿐이다. 그런데 유가랩스는 여기에 마돈나, 저스틴 비버, 에미넘 같은 세계적인 셀럽들을 끌어들이고 실제 이들과 함께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벌이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 전략이 크게 성공하며 한때 가장 비싼 BAYC NFT가 40억원 가까이 거래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1/10 정도로 폭락한 상태라 소송까지 걸려 있다고 한다.
시장이 폭락한 이유는 NFT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생태계의 확대다. BAYC 성공 이후 세계 곳곳에서 수천개의 유사 프로젝트가 쏟아졌다. 원숭이는 물론이고 캐릭터, 동물, 사진 심지어 귀신 시리즈까지 엄청난 물량이 폭발적으로 시장에 나왔다. 희소성이 떨어지니 가격은 폭락했지만 시장 생태계는 크게 확장된 셈이다. 대기업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아디다스는 BAYC NFT를 한 마리 구입해서 거기에 아디다스의 옷, 신발, 모자를 다양하게 착용시켜 3만개의 이미지를 만들고 아디다스-BAYC 콜라보 NFT를 발행했다. 발행 당시 0.2이더(약 90만원)에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매진되어 27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구매자에게는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이라고 하며 해당되는 옷, 신발, 모자를 실물로 보내주었다.
나이키도 동참했다. 나이키는 RTFKT라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디자인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이들이 디자인한 가상 신발 판매에 나섰다. 가상 신발을 구매하면 AR 필터를 보내주는데 이걸 스마트폰 카메라에 장착하고 내 발을 찍으면 가상 신발이 신겨 있는 것처럼 찍히는 것이다. 가상 신발의 평균 가격은 500만원 정도 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팔려나갔다. 가상신발은 NFT에 등록되어 언제든 판매가 가능하고 덤으로 유사하게 생긴 실물 신발도 보내준다. 2021년 나이키는 630종을 판매해 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이들 회사는 성공적인 시장 창출에 고무되어 2030년까지 메타버스 시장 연계 매출을 전체 매출의 10%까지 만들어보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이런 메타버스 생태계에 진출하는 것은 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이들에게 10대~20대 고객은 매우 중요한데 이들은 더 이상 TV 광고를 보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영상을 보고 자신들이 가입한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획득한다. 그런 면에서 NFT는 매력이 넘친다. NFT나 암호화폐 거래는 10대들에게도 매우 어렵고 복잡한 영역이다. 이 시장을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친구들은 또래에서도 매우 천재적이라고 인정받는 친구들로 디지털 오피니언 리더들인 셈이다. 이들이 아디다스 NFT나 나이키 가상 신발을 사서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자랑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또래들 사이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역시 나이키야, 역시 아디다스야 라며 힙한 브랜드로 인정받게 된다.
일이 이렇게 되니 10대~20대 고객을 타겟으로 하는 스타벅스, 코카콜라, 펩시, 맥도널드, 삼성전자 등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NF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에서 시작된 메타버스 생태계가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것이 디지털 신대륙 문명 진화의 방식이다. 이 변화가 아이들의 미래 일자리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어른들이 해야할 일은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고 아이들을 거기에 맞게 준비시켜 주는 일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 그 혁신의 힘을 이해할 수 없다. 하루 30분, 메타버스 경제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 매일매일 공부하자. 좋든 싫든 10년 내에 반드시 오고야말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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