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부산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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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브랜드를 소비한다.
브랜드는 '다른 것과 비교되는 가치'다.
브랜드 파워에 따라 그 가치와 가격이 달라진다.
'뉴욕 브랜드 능가'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부산의 정체성과 가치 있는 스토리를 담아내겠다는 자세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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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브랜드를 소비한다. 브랜드는 ‘다른 것과 비교되는 가치’다. 소비자는 합당한 가격을 치르고 가치를 사는 것이다. 브랜드 파워에 따라 그 가치와 가격이 달라진다. 요즘에는 도시 브랜드 개념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특정 도시의 정체성을 말한다. 해당 도시만의 역사·사회·문화적 특징을 잘 드러낸 슬로건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람들은 도시 슬로건의 대표주자로 보통 ‘아이 러브 뉴욕(I ♥ New York)’을 떠올린다. 1975년 미국 뉴욕이 관광 수입 극대화를 위한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탄생한 슬로건이다. 로고 의뢰를 받은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는 버지니아주가 1969년부터 내걸었던 관광 슬로건 ‘연인들을 위한 버지니아(Virginia is for Lovers)’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 러브 뉴욕’을 탄생시켰다. 로고에는 ‘love’라는 글씨 대신 빨간색 하트를 사용했다. ‘I ♥ New York’의 인상은 강렬했다. 광고 비용 1달러 대비 4달러의 수입이 돌아오는 등 뉴욕 관광 수입은 급증했다. 걸작 도시 슬로건으로 꼽힌다.
뉴욕의 성공으로 전 세계 도시마다 개성 있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 가치 제고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선 기초자치단체까지 슬로건을 제작해 사용할 정도다. 타지 사람은 고사하고 해당 지역 주민도 잘 모르는 슬로건이 적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부산시가 지난 13일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는 슬로건을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뉴욕을 능가하는 도시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시는 지난 4일부터 진행한 슬로건 시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이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2003년 제정된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은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밀려난다. 보는 시각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새 슬로건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각인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시는 어제 부산진구 부전동 KT&G 상상마당 3층 공연장에서 ‘부산 도시 브랜드 상상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새 슬로건을 활용한 도시 브랜드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국내외 도시 브랜드 경향과 특성 등을 집중 연구해 오는 3월 슬로건 디자인과 상징 마크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브랜드 명성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뉴욕 브랜드 능가’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부산의 정체성과 가치 있는 스토리를 담아내겠다는 자세가 우선이다. 시민 호응과 타 지역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게다.
강춘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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