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퇴직연금 계좌 이동 대세는 ‘은행→증권사’

/일러스트=양진경

지난해 증시 약세에도 증권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긴 가입자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증권사로 순유입된 계좌는 1만8300개였다.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계좌가 약 2만1300개였는데, 반대로 증권사에서 은행·보험사로 옮겨 간 계좌는 3000여 개에 불과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가 1만4100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계좌가 4200개가량 증권사로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는 IRP 세액공제 한도(연금저축 포함)가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어났다. 내년 연말정산 때 연금 불입액에 대해 더 많은 돈(연간 급여 5500만원까지 최고 148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미경 신한투자증권 퇴직연금사업부 차장은 “세액공제 한도가 늘어난 만큼 연말에 한꺼번에 입금하기보다는 연초부터 조금씩 납입해 ETF 등에 분할 투자한다면 더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IRP 계좌는 금융회사 한 곳당 하나, 여러 개 개설이 가능하다. 증권사와 은행의 퇴직연금 계좌엔 장단점이 있으니 따져보고 전략을 잘 짜는 것이 좋다.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ETF,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 등의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ETF 거래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10~15분가량 시차를 두고 지연 거래가 이뤄진다.

은행 퇴직연금 계좌는 원금 지키기를 원하는 ‘안전 지향형’ 가입자에게 더 적합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증권사 등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원리금 보장형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금리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입할 수 있는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여전히 4%대로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