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입힌 뮤비 부활… ‘보는 음악’ 시대 다시 열리나

김태언 기자 2023. 1.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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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야!" 교복을 입은 5명의 여고생이 캠코더를 바라보며 손짓한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인물은 반희수.

다소 흐릿한 화질의 캠코더 화면에 친구들의 학교생활을 담던 희수의 눈에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던 한 남학생이 들어온다.

뮤직비디오는 캠코더를 들고 등장한 반희수(뉴진스 팬덤 '버니즈'에서 따온 이름)가 뉴진스 멤버들의 학창 시절을 촬영해 '영상 일기' 형식으로 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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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서사형 ‘Ditto’ 뮤직비디오, 유튜브 2111만회 조회 ‘인기’
조성모 ‘투 헤븐’ 이후 드라마형 대세, 2010년 전후로 사라져… 안무 위주로
서사 입힌 복고풍에 “신선하다” 평가… 가요계, 세계관 등 입힌 새 형태 고심
“희수야!”

교복을 입은 5명의 여고생이 캠코더를 바라보며 손짓한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인물은 반희수. 다소 흐릿한 화질의 캠코더 화면에 친구들의 학교생활을 담던 희수의 눈에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던 한 남학생이 들어온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걸그룹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뮤직비디오는 캠코더를 들고 등장한 반희수(뉴진스 팬덤 ‘버니즈’에서 따온 이름)가 뉴진스 멤버들의 학창 시절을 촬영해 ‘영상 일기’ 형식으로 올린 것 같다. 15일 기준 유튜브 조회 수가 2111만 회에 달할 정도로 노래만큼 뮤직비디오도 화제다.

‘Ditto’ 뮤직비디오는 2010년을 전후로 스토리텔링이 사라졌던 뮤직비디오에 다시 서사를 입힌 것이 특징이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프로듀서는 “뉴진스는 앞으로 음악이나 음악 외 활동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이 될 것”이라며 “뮤직비디오 역시 그런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배우 박지후와 최현욱을 캐스팅한 것도 뮤직비디오에 담긴 서사를 잘 풀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비슷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국내에서는 6∼15분을 넘나드는 길이에 초호화 배우를 섭외한 드라마형 뮤직비디오가 대거 등장했다. 극적인 신파 같은 이야기와 화려한 화면이 가득했다. 조성모의 데뷔곡 ‘투 헤븐’(1998년)의 뮤직비디오가 대표적이다. 톱스타 이병헌과 김하늘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처럼 탄탄한 서사를 지녔다. 당시 뮤직비디오 제작비로 통상 1500만∼2000만 원을 썼지만, ‘투 헤븐’의 제작비는 무려 1억 원이었다.

이후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2001년), 임창정의 ‘소주 한 잔’(2003년), 엠투엠 ‘세 글자’(2005년) 등 드라마식 뮤직비디오가 이어졌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당시는 영상의 힘을 얻어야 음악이 홍보되던 때였다”며 “음악을 보는 시대가 열렸던 것”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빅뱅의 ‘하루하루’(2008년), 티아라 ‘Cry Cry’(2011년) 등 뮤직비디오는 가벼운 이야기를 이어갔고 이마저도 2010년을 전후해 거의 사라졌다. 엑소의 ‘으르렁’(2013년) ‘러브샷’(2018년), 트와이스의 ‘CHEER UP’(2016년) ‘Alcohol-Free’(2021년), 블랙핑크의 ‘뚜두뚜두’(2018년) ‘핑크베놈’(2022년) 등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세트장를 배경으로 그룹의 안무를 중점적으로 보여줬다. 한 뮤직비디오 제작자는 “2010년 이후 아이돌이 가요계의 주류가 되면서 영상에서도 핵심인 안무를 보여주는 데에 주력했다”며 “음원 위주의 시장에서 뮤직비디오는 신곡 홍보의 보조 수단이 되면서 거액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서사를 입힌 복고풍의 뉴진스 뮤직비디오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자 가요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와이스, 있지(ITZY)의 소속사 JYP 관계자는 “최근 뮤직비디오 시장은 곡 내용에 어울리는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며 “후속곡 뮤직비디오와도 연계성을 가질 수 있게 하나의 큰 서사와 세계관이 나타나도록 한다”고 했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등 팬데믹 시기에 만든 뮤직비디오는 안무와 카메라 워킹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특징”이라며 “엔데믹 시기에는 해외 촬영, 과감한 컴퓨터그래픽(CG) 같은 시도가 있을 텐데 그 방향은 세계관, 퍼포먼스 등 그룹의 지향점에 따라 다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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