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7> 술꾼 아비, 김휴가 아들에게 주는 경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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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두운 시절을 만나 세상은 혼탁하고 어지러웠다.
김휴가 외아들 학기(學基)에게 공부와 세상 살아가는 경계의 글을 준 것이다.
그가 술을 마신 것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숨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아들에게 이런 경계의 글을 많이 남긴 그는 42세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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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須以端人爲法·수이단인위법
나는 어두운 시절을 만나 세상은 혼탁하고 어지러웠다. 아예 숨을 생각으로 마침내 과거공부도 접고 감히 술 마시는 일만 했다. 마침내 술꾼이라는 이름을 얻자, 스스로 몸을 보신하는 좋은 계책이라 여겼다. … 마음을 두고 몸을 행하는 것은 모름지기 단정한 사람을 법도로 삼아야 한다. … 독서는 성현의 경전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 진부하고 변변치 못한 과거시험장 문체의 행태를 일삼아서는 안 된다.
余遭昏朝, 時政濁亂, 欲爲沈冥之托, 遂廢擧業, 敢事杯酌. 竟得崇飮之名, 自以爲保身之良策. … 處心行己, 須以端人爲法. 讀書以聖賢經傳爲根基, … 而勿事科文腐軟之態.(여조혼조, 시정탁란, 욕위침명지탁, 수폐거업, 감사배작. 경득숭음지명, 자이위보신지양책. 처심행기, 수이단인위법. 독서이성현경전위근기, … 이물사과문부연지태.)
위 문장은 경와(敬窩) 김휴(金烋·1597~1638)의 ‘戒子說’(계자설·아들에게 주는 경계의 글)로, 그의 문집인 ‘경와집(敬窩集)’에 수록돼 있다. 김휴가 외아들 학기(學基)에게 공부와 세상 살아가는 경계의 글을 준 것이다. 본관이 의성인 그는 여헌 장현광(張顯光·1554~1637)의 문인으로, 15세 때 향리의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다. 1627년(인조 5) 사마시에 합격했으나, 대과는 보지 않았다. 그가 술을 마신 것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숨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럽다 보니 자신의 행적을 더럽혀서 도를 지킨다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아비의 삶이 온당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는 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가진 단정한 사람이 되어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성현의 경전은 사람살이의 정도를 가르쳐주니, 늘 가까이 해 실천해야 한다. 또한 글은 격조가 있어야 하니,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문장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과에 급제해 벼슬하고 못 하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군자의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아들에게 이런 경계의 글을 많이 남긴 그는 42세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는 대과에 급제하지 못한 변방의 일개 선비였다. 무명의 문사들도 나름대로 선비로서 자세를 잃지 않았음을 말하기 위해 김휴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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