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안동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곽재구 ‘사평역에서’ 중에서
사평역은 시인의 상상 속 공간이었다. 가끔 강원도 어디쯤 간이역들이 대신 소환되기도 했다. 한 편의 시가 유명해지면서 사평역을 간이역의 대명사로 만든 것이다. 안동역도 노래 한 곡으로 유명해졌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던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무명가수였던 진성(본명 진성철)이 부른 ‘안동역에서’는 2008년 안동시가 만든 홍보앨범의 수록곡이었다. 안동이 고향인 작사가 김병걸이 만들어서 전북 부안 출신인 진성에게 부르게 했다. 처음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몇 년 뒤에 정경천이 새롭게 편곡하여 내놓으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안동역에는 노래비도 생겼고, 진성은 명예역장으로 임명됐다. 또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트로트 곡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곧 설날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설날은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동요 속 노랫말처럼 설레는 날이 아니다. 특히 지난 수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단절을 불러왔다. 올해는 고향집에 계신 어머니가 시나 노래 속의 주인공처럼 하염없이 자식을 기다리는 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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