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 美투자 더 빨라진다

클라크스빌=지민구 기자 2023. 1. 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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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 속 SK온-LG전자 美현장 가보니
삼성 “텍사스 반도체공장 연내 완공”
SK온이 포드와 합작해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짓고 있는 ‘블루오벌SK 켄터키’ 배터리 공장의 건설 현장. 1공장 철골 작업을 70% 마친 상태다. 1공장은 2025년, 2공장은 2026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SK온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올해 안에 (테일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완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완공 시점이 정확히 밝혀진 건 처음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과 자금 경색 속에서도 미국 동남부 ‘신흥 제조업 벨트’에 대한 국내 제조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지난해 상반기로 예상됐던 테일러 공장 착공식이 늦춰지면서 완공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경 사장은 1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완공 시점을 못 박는 한편 테일러 공장 앞에 회사 이름을 딴 ‘삼성 하이웨이(Samsung Highway)’가 생겼다고 전했다.

지난해 조지아주에서 미국 내 첫 배터리 공장 가동을 시작한 SK온은 최근 조지아 2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켄터키와 테네시에 3개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 10월 조지아주 전기자동차 신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LG전자(가전), LG화학(양극재),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등은 테네시주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거나 건립에 착수한 상태다.

경쟁국 기업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 TSMC는 지난해 6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캔자스주에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SK “미국내 최대 배터리공장 건설”


SK온, 켄터키에 축구장 800개 규모 공장


年 82만대 포드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계획
“장비-소재 90% 이상 韓서 들여올 것”



8일(현지 시간) 미국 켄터키주 최대 도시 루이빌에서 차로 50분가량 떨어진 글렌데일의 허허벌판 부지에 공장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블루오벌(BlueOval) SK 켄터키(BOSK 켄터키)’ 건설 현장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지난해 7월 총 114억 달러(약 14조 원)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세우고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공장 부지 크기는 축구장 800여 개 규모인 628만 m²(약 190만 평)에 달한다.

3.5t 대형 덤프트럭과 인부들의 주요 이동수단인 버기카가 쉴 새 없이 공사 현장을 돌아다녔다. 부지를 다지고 철골을 구축했다. 60여 m 높이 크레인 7대가 동서남북 곳곳에 자리 잡았다. 작업자들이 아파트 12층 높이인 30m 높이 지붕에 올라 마감 작업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에 들어간 구조용 강철만 7900t, 운반된 흙은 미식축구 경기장 200곳을 채울 수 있다고 했다.

BOSK 켄터키 1공장은 기초 작업을 70% 마친 상태다. 박창석 SK온 BOSK건설 전문리더(PL)는 “3월부터 기계, 전기, 배관 등 본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포드 전기차 모델이 적기에 배터리를 공급받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은 계약 후 대기 기간만 1년이다. BOSK 켄터키의 생산 규모는 86GWh(기가와트시)다. 연간 포드 전기 픽업트럭 82만 대 분량의 배터리 생산 규모다. 1공장(43GWh)은 2025년, 2공장(43GWh)은 2026년 양산에 돌입한다. SK온 관계자는 “BOSK 켄터키가 단일 부지로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SK온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세우는 이유는 미 정부의 공급망 구축 정책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잇달아 서명했다. 두 정책의 예산 규모는 1300조 원에 달한다.

주 정부도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보조금을 비롯해 폐수 처리, 전기료,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을 지원한다. 신동윤 BOSK 사업관리부 디렉터는 “주 정부의 인센티브와 (포드와의) 물류 흐름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부지를) 정했다”고 했다. BOSK는 켄터키뿐만 아니라 테네시주에도 43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회사 측은 북미에서만 2025년까지 최대 18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현재 5위인 순위를 3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온은 BOSK를 통해 미국 내 공급망 강화는 물론이고 1만1000명 이상의 인력을 현지 고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장에 도입되는 장비와 소재는 모두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조달할 계획이어서 양국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디렉터는 “장비·소재의 90% 이상을 한국 업체로부터 들일 것”이라며 “관련 예산만 2조 원에 달해 전·후방 산업 성장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LG “세탁기 年120만대 美서 생산”


‘등대공장’ 선정된 LG전자 테네시 공장





4840억 투자에 州정부 ‘LG도로’ 이름 붙여
조립도 운반도 로봇이 맡아 자동화율 63%

LG전자의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가전 공장에 설치된 로봇 팔이 사람을 대신해 세탁기, 건조기의 외관 덮개를 들어올리고 있다. 부품 이동, 조립 등을 로봇이 대신하는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63%에 이른다. LG전자 제공
9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에서 켄터키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클라크스빌로 향하자 ‘LG하이웨이’ 도로 안내판이 보였다. LG전자가 2018년 ‘클라크스빌 공장’을 가동한 것을 기념해 테네시 주정부가 붙여준 도로명이다. 이 도로를 따라 5.5km를 달리자 LG전자가 첨단 자동화 기술을 집약해 구축한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직원보다 로봇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166대의 무인운반로봇(AGV)이 공장 바닥에 붙인 3만여 개의 QR코드를 따라 필요한 위치에 부품과 자재를 자동으로 옮겼다. 사람이 지나가면 저절로 멈추거나 속도를 늦춰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세탁기의 외형인 철판을 사출할 때부터 첨단 온도·압력 감지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도록 관리했다. 공장 내부 곳곳에서 로봇 팔이 세탁기를 조립한 뒤 다음 공정으로 보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카메라는 용접 부위를 찍어 자동으로 불량 여부를 살폈다. 세밀한 나사 조임과 선 연결 작업이 이뤄지기 전까지 사람의 손은 닿지 않았다.

이 공장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첨단 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을 이끄는 전 세계 공장을 심사해 선정하는 ‘등대공장’으로 뽑혔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지은 공장 중 첫 번째 사례다. LG전자가 이 공장 설립을 발표한 2017년 2월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선언하며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였다.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드럼 세탁기 생산에서 출발한 이 공장은 점차 제품군을 넓히며 LG전자의 핵심 제조공장으로 성장했다. 연간 생산 능력은 드럼·통돌이 세탁기 120만 대, 건조기 60만 대에 이른다. 2019년 550여 명이었던 직원도 900여 명(주재원 포함)으로 늘어났다. 클라크스빌 공장 누적 투자액도 3억9000만 달러(약 4840억 원)로 처음 발표한 계획(2억5000만 달러)보다 크게 증가했다.

LG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여유 부지를 활용해 냉장고, 오븐 등 다양한 가전기기를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생활가전사업본부장(사장)은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공장은 경남 창원 ‘LG 스마트파크’와 함께 가전기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핵심 기지”라며 “특히 북미 지역 사업 성장을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은 테네시 주정부 등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덕분이다. LG전자는 125만 m²의 부지를 20년간 무상 임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간이 지나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부지를 인수할 수 있다. ‘LG하이웨이’ 도로 역시 테네시주 정부가 깔아줬다. 법인세 감면 혜택도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 압박이 ‘채찍’이라면 주정부는 ‘당근’을 제공한 셈이다.

클라크스빌=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글렌데일=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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