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랐는데… 대출금리는 0.3%p 내린다고?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반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주 은행권 대출 금리는 최대 0.3%포인트 정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가 올랐는데, 반대로 내리는 것이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대출 금리 결정의 기준이 되는 금리 등이 낮아진 영향도 있지만, 금융 당국의 압박이 더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과 금융 당국이 한목소리로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은행들이 기준금리가 인상됐는데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이 이미 은행 대출 금리에 선(先)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임원은 “(정치권과 정부 등) 외부 개입 탓에 시장 논리를 무시한 금리 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통화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금융 당국 압박에 백기 드는 은행들
금융권에 따르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이번 주 0.1%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에 따라 바뀌는데 16일 발표되는 지난달 기준 코픽스가 예금 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 5%를 넘겼던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4%대로 내려왔고 이달엔 3% 후반으로 밀려난 상태다.
금융채를 지표 금리로 쓰는 신용대출·고정형 주담대 상품 금리 등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주일 전과 비교해 0.394%포인트, 1년물은 0.186%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치솟았던 대출 금리 상승세는 올 들어 주춤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이달 첫째 주까지만 해도 연 5.080~8.110%로 상단이 연 8%를 넘겼지만 1주일 만에 연 4.780~7.410%(지난 13일 기준)로 내렸다. 전세대출 금리 역시 같은 기간 연 4.830~7.240%에서 연 4.530~7.240%로 하단이 0.3%포인트가량 떨어졌고, 신용대출 금리도 최근 1주일 새 상단과 하단이 0.1~0.2%포인트 안팎 낮아져 연 5.492~6.660%를 기록했다.
대출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는 금융 당국이 은행권 대출 금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 영향이 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 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달라”고 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금융 당국을 향해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당국 개입으로 금리 체계 혼란
일부 은행들은 조만간 예금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은행채 금리 하락에 따라 예금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은행이 대출 금리는 그대로 두고 예금 금리만 내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인위적으로 예금 금리를 올리려는 것이다. 당국의 잦은 개입에 금리 산정 공식이 꼬여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방침을 탓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 당국은 작년 7월엔 예대 금리 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 공시제도를 도입해 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을 유도했는데,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에 은행이 연 5% 넘는 예금을 내놓으며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자 작년 11월엔 수신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 높은 예금 금리가 대출 금리를 밀어올리자 부랴부랴 예금 금리 인상을 막은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 은행 예·대 금리를 그냥 놔뒀더라면 오히려 예대 금리 차가 지금보다 줄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소액 긴급 대출 3월 출시
금융 당국은 금리가 급등해 돈을 구하기 힘든 취약 차주들을 위해 연체 이력을 따지지 않고 50만~100만원의 긴급 생계비를 즉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이르면 오는 3월 출시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취약층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총 공급 목표는 1000억원이다. 10만명에게 100만원씩 빌려줄 수 있는 규모다. 금리는 연 15.9% 수준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실제 취약 차주들이 평균 40만원을 빌리기 위해 불법 사채에 손을 댄다는 분석도 있다”며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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