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 차기 수장은 누가 되나?
지난 60년간 한국 재계를 대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 리더십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된다. 2011년부터 회장을 맡아 온 최장수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다음 달 임기 만료를 끝으로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함께 전경련을 이끌어왔던 권태신 부회장도 물러날 예정이다. 전경련 회장단과 회원사들은 다음 달 23일 정기총회에서 후임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당사자들은 고사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이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 혁신위 만들고 후임 회장 선출 본격화
전경련은 1961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게이단렌)를 모델로 설립을 주도한 ‘한국경제인협회’가 모태다. 이병철·정주영·구자경·최종현·김우중 등 주요 그룹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정부의 산업·경제정책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해 전경련 회장은 한때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다.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다. 한때 639사였던 회원사는 현재 420사로 줄어들었고, 전체 회비의 절반을 책임지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모두 탈퇴했다.
위기의 전경련은 2017년 3월 단체명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고,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경련을 철저하게 ‘왕따’시켰던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라 사명 변경을 비롯한 혁신 작업은 진행되지 못했다. 그 사이 250명에 달했던 전경련 직원 수는 80명으로 줄었고, 특히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사급 인력도 25명에서 6명으로 급감했다. 허 회장은 2년 임기가 끝날 때마다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어 6회 연속 회장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 선출 이후, 전경련은 대통령 취임 만찬을 비롯한 각종 경제단체장 회동에 초대받으며 경제 대표단체 자리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 만찬에 전경련 회장이 배제되면서 미묘한 기류가 표출됐고, 이후 허 회장은 이번에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그동안 전경련 암흑기에 수장을 맡아 고생한 점을 높이 평가하지만, 이제는 경제·기업 분위기를 쇄신하고 혁신을 이끌 인물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신동빈·이웅열·류진 회장이 적임자”
전경련 수뇌부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대대적인 혁신 작업과 함께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그룹도 모두 재가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전경련 수뇌부는 지난달 외부 인사들이 중심이 된 혁신위원회를 꾸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혁신위원장을 맡아 쇄신 작업과 함께 후임 회장 물색 등을 맡아달라 요청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새로 전경련 회장을 맡을 사람이 혁신 작업을 하는 것이 맞는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경련 회장은 회장단에서 선출돼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회장단을 구성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인물은 없다. 재계 고위 인사는 “회장단 밖에서는 전경련 회장을 하고 싶어하는 인사들이 꽤 있다”며 “지금은 하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할 만한 사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신동빈 회장이 만든 회장단 신년 만찬 자리에서도 후임 회장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전경련과 재계 안팎에서는 전경련의 위상을 고려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나 재계 맏형으로 불리며 후배 기업인들에게 신망을 받고 있는 이웅열 회장,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백분 활용할 수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이 차기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기업인 중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할 경우 명망을 갖춘 경제계나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가뜩이나 존재감이 떨어지고 있는 전경련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재계 총수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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