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학생 부족 심화 … 59개大 정시 경쟁률 사실상 미달

김유나 2023. 1. 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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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88개 대학 지원현황 분석
모집인원 확 줄여 경쟁률 소폭 올랐지만
‘수도권 쏠림’ 지방대 지원 2022년比 6.1%↓
14개大 경쟁률 1대1도 못 미쳐 존폐 위기
전남 2대1 최저… 경기 6.2대1 서울 5.7대1
14개 대학 26개 학과는 지원자 0명 ‘충격’
“정부, 지역대학 살릴 구체적 대응책 시급”
정부가 최근 지역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대학 관련 권한 상당수는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협력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지역대학 살리기가 얼마나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시업체들은 이번 2023학년도 정시모집 지원 결과를 보면 지역대학의 위기가 ‘빛의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심해진 수도권 쏠림

15일 유웨이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모집 지원 건수는 지난해(52만건)보다 1만4500건 줄어든 50만4500건으로 추정된다. 2022학년도에 전년보다 지원 건수가 9만건 넘게 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웨이는 “2023학년도에는 수험생이 줄면서 전체 지원 건수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경쟁률의 경우 서울, 인천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의 일반대 정시모집 경쟁률은 전년 3.36대 1에서 올해 3.51대 1로 소폭 올랐다. 경쟁률 수치만 놓고 보면 지방대의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모집인원을 늘리면서 경쟁률이 떨어졌으나 지방대들은 모집인원 자체가 줄면서 경쟁률이 올랐다. 실제 지원 건수의 경우 수도권 대학 지원은 전년 대비 2.5%(7345건)가 줄었으나 지방대는 6.1%(1만3683건)가 줄었다. 지방대 지원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올해 정시모집 인원은 수도권대 4만9092명, 지방대 5만9366명으로 수도권대가 1만명 이상 적지만, 지원자 수는 수도권대(28만9115명)가 지방대(20만9430명)보다 7만9685명 많았다. 지난해 수도권대와 지방대의 격차가 7만3347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도권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한성대 등 서울 경계 대학과 대진대, 협성대, 안양대, 강남대, 성결대 등 수도권 경계 지역 대학의 지원자도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달’도 많아… 26개 과는 지원자 ‘0‘

지원자가 적어 사실상 ‘미달’인 지방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는 3번의 지원 기회가 있어 통상 경쟁률이 3대 1에 미치지 못하면 미달로 간주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188개 대학(경쟁률 미공개 대학 제외) 중 경쟁률이 3대 1이 되지 않는 대학은 68곳(35.2%)으로 집계됐다. 이 중 86%(59곳)가 지방대였다. 특히 호남지역의 경우 23개 대학 중 18곳(78.3%)이 경쟁률이 3대 1 미만이었다. 국립대인 목포대도 경쟁률이 1.80대 1에 그쳤다. 평균 경쟁률이 1대 1에 미치지 못한 대학은 15곳으로, 14곳이 지방대였다. 나머지 1곳은 수도권의 한 소규모 신학대학이었다.
유웨이의 분석 결과 전국에서 평균 경쟁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전남(2대 1)이었다. 또 경북(2.65대 1), 전북(2.8대 1), 경남(2.8대 1)도 평균 경쟁률이 3대 1보다 낮았다. 특히 전남 지역은 모집인원이 지난해 2852명에서 올해 2530명으로 322명 줄었지만 같은 기간 지원 인원은 6310명에서 5065명으로 1245명(19.7%)이나 줄면서 경쟁률은 2.21대 1에서 2대 1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광주(3.01대 1) △강원(3.27대 1) △부산(3.31대 1) △울산(3.77대 1)도 3대 1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6.42대 1)이었고 △경기(6.21대 1) △인천(6.05대 1) △서울(5.74대 1) △대구(5.45대 1)가 뒤를 이었다.
특히 전국 26개 학과(14개 대)는 지원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원자가 ‘0명’인 학과는 4년 전인 2020학년도에는 3개에 불과했지만, 2021학년도 5개에서 2022학년도 23개로 뛰더니 올해 더 많아졌다. 해당 학과에서 모집하려던 인원은 지난해 258명에서 올해 445명으로 늘었다. 지원자가 없는 학과도 모두 지방에 있었다. 경북지역이 10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남·전남 각 4개, 부산·충남·충북 각 2개, 강원·전북 각 1개였다.
대학에게 신입생 모집은 생존의 문제다. 대학 수입에서 학생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하면 재정적 타격이 크다. 최근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과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에서는 물론 정시에서도 속수무책인 대학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선발능력을 상실한 것”이라며 “지원자 0명이라는 극단적 양상은 앞으로 더욱 확대되고 속도 또한 예상보다 급격히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정부의 대응책이 발표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며 “현 단계보다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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