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81] 고독사(孤獨死)에 대하여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3. 1.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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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孤獨死)하는 사람의 50%가량이 50~60대 남자라는 통계가 있었다. 포인트는 나이 든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이 고독사를 한다는 사실이다. 왜 늙어가는 남자가 많이 할까? 동물 다큐에서 본 수사자의 말로와 비슷한 것 같다. 대부분의 수사자는 고독사를 한다. 암사자를 포함하여 대략 10여 마리 정도의 사자 무리를 거느린다. 평상시 사냥은 주로 암사자들이 하고 수사자는 사냥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 깔고 누워있다가 암사자들이 힘들게 사냥해온 먹잇감을 뺏어 먹는 행태를 보인다.

수사자가 밥값을 할 때는? 하이에나 암놈 대장을 잡아 죽일 때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드물게 하이에나는 암놈이 ‘오야붕’이다. 암사자는 하이에나 암놈 대장을 잘 못죽이는 것 같다. 수사자가 입에 거품을 물고 갈기를 휘날리며 수백m를 쫓아가 하이에나 대장의 목을 물어뜯어 버린다. 키가 큰 기린을 사냥할 때도 수사자가 기린의 뒤꽁무니를 물어뜯는 역할을 맡는다. 하이에나와 기린 잡을 때 수사자는 암사자에게 밀리터리 파워를 과시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4~5년 살다가 외부에서 들어온 젊은 사자의 도전을 받고 패배하면 혼자 광야를 떠돌게 되는 비참한 상태로 전락한다. 늙은 수사자 혼자서는 사냥도 힘들다. 못 먹어서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난 상태로 혼자 떠돌다가 숨을 헐떡거리며 결국 고독사로 끝을 맺는다. 수사자는 대부분 고독사이다. 하이에나가 이 고독사한 수사자를 발견하고 뜯어 먹는 것이다. 이것이 수컷의 숙명이란 말인가!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든 인간은 고독사한다.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결국 고독사의 길을 가게 되어 있다.

부설거사가 인생의 철리(哲理)를 갈파한 사허부구게(四虛浮漚偈). 그 한 가지가 혼자 죽는 고독사에 대해서이다. ‘처자 권속이 대나무숲처럼 무성하고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였어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외로운 혼이 되어 떠나간다(臨終獨自孤魂逝).’ 수백조의 돈을 가지고 있고 수십만 명의 종업원을 부리는 재벌 오너라도 죽을 때는 ‘고혼서(孤魂逝)’라는 것이 우주의 철리이다.

서민이나 재벌이나 죽을 때는 똑같다. 돈 없어도 고독사이고 돈 있어도 고독사이다. 단지 고통 없이, 후회 없이 죽는 것이 고종명(考終命)이다. 근래에 고종명한 사례는 장관을 지냈고 테니스를 좋아했던 민관식(1918~2006)이다. 오전에 한 게임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한 다음 와인 한잔하고 잠들었다가 그대로 영면하였다. 88세였다. 거의 신선급의 죽음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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