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시간 고문 끝에 사형 당한 이란 前국방차관… 혐의는
이란 사법부가 영국 정보 당국과 내통한 혐의로 영국과 이란 이중 국적자인 알리레자 아크바리 전 국방부 차관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고 14일(현지 시각) 밝혔다.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이란 당국의 사형 집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 차관까지 사형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이날 “아크바리 전 차관이 영국 정보기관 MI-6와 내통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며 그에 대한 사형 집행 사실을 공개했다. 아크바리 전 차관은 지난 2019년 해당 혐의로 체포된 뒤 유죄 판결을 받고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란 정보부는 아크바리 전 차관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는 방법으로 그의 스파이 행위를 발각했다고 설명했다. 아크바리 전 차관은 “3500시간 넘게 고문을 당하고 약물을 강제 투약받았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거짓 자백을 하게 만들었다”며 해당 혐의를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잇따른 사형 집행에 우려와 비난을 쏟아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소름이 끼친다”며 “자국민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야만적인 정권이 자행한 잔인하고 비겁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아크바리 전 차관의 이름이 이란에서 억압과 사형으로 희생당한 이들의 기다란 명단에 추가됐다”며 사형 집행을 비판했다.
아크바리 전 차관은 지난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엔(UN)과의 대화 채널을 주도해 휴전을 끌어낸 인물로, 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이중 국적을 취득했다. BBC는 “이란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중 국적 또는 외국 영주권을 가진 이란인 수십명을 간첩 활동이나 국가 안보 관련 혐의로 체포해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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